6월이 지나 시장에 가면 아주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생식용 토마토는 일년 내내 구입할 수 있겠으나, 7월~9월에는 태양을 듬뿍 받고 자란 토마토가 나오는만큼 한 번 구입해 보는 것도 좋겠다. 비록 색과 모양이 제각각인 오가닉 토마토나 줄기가 통째로 달린 로만 토마토(roman tomato), 한국에서 찾기 힘든 핫 하우스 토마토(hot house tomato)는 아닐지라도 신선하게 자란 토마토에 양파와 마늘만 넣어 간단하게 파스타 소스를 끓여서 카펠리니에 뿌려보자. 또 오이, 양파를 썩썩 썰어 넣고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 식초를 조금 뿌려 상큼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참으로 시원한 여름이겠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서양요리를 하는 전세계 어느 식당 주방에 가더라도 공통적으로 소금, 후추, 마늘, 양파, 올리브 오일 등의 몇 가지 재료들은 항시 구비되어 있다. 토마토 통조림(whole tomato) 역시 기본 재료 중 하나다.
껍질이 벗겨져 주스 속에 담겨 바로 조리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통조림 속 토마토를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한국에 있는 4곳의 내 주방들에서도 이 통조림을 사용하고 있긴 하다. '이렇게 반 가공된 재료를 써도 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부터, '내가 원하는 가장 비슷한 맛과 느낌의 음식을 만들자면 이거라도 고맙게 사용해야지'하는 혼자 만의 타협이나, '언젠가는 농사를 지어 내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가닉 토마토들을 직접 키우고 싶다' 등의 희망 사항까지.
서양 요리에서의 토마토를 이야기 하자면 카프리제, 파스타, 피자 등등 이탈리아 음식을 빼 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Tomato and oregano make it Italian(토마토와 오레가노가 이탈리아 음식을 만든다)’이라고 까지 했을까. 물론 토마토는 케첩, 스튜, 햄버거, 샌드위치 같은 일반적인 양식 재료나 식품 말고도 일식이나 중식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기도 한다.
마음먹고 토마토가 들어가는 음식을 여기에 나열을 하자면 아마 10장 정도는 족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세계적인 이 식재료를 유독 한국에서는 왜 주스나 케첩, 설탕을 뿌려서 여름에 먹는 간식, 콩국수 위에 올라가는 기이한 고명 정도나 다이어트 식품 용도로만 쓸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의 식문화가 이 약간은 시고 텁텁하지만 빨갛고 섹시한 채소(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과채류)에 익숙지 않기 때문일테다. 또 토마토는 ‘물 건너온 식재료’라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토마토는 1600년대에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근거로는 지봉유설이 1614년에 쓰였으니 그때 토마토가 적혀 있었으면 그렇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서양요리의 근간이라 부르는 유럽에는 언제 들어갔을까? 토마토는 16세기에 신대륙이나 북아프리카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가서 식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거기에 비해 우리의 토마토 역사도 그리 뒤쳐진건 아닌 듯하다. 재미있는 건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와 한국의 식문화 전반을 차지해 버린 고추에 비해 토마토는 대접받지 못했다는 거다. 관상용으로 들여온 식물이기에 그 발전이 더뎠던 것일까?
역사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먹고 살기 빠듯했던 백성들이나 고귀하신 양반들 모두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그대로의 토마토는 서걱거리고 별 맛도 나지 않고, 익어도 시거나 약간 짠맛이 날뿐 달거나 향이 좋지도 않으니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토마토를 쉽게 접하고 많이 찾는다면 분명히 음식 문화 속에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과 관심은 분명히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마법이니까.
하지만 이 피부탄력에 좋다는 리코펜이 엄청나게 함유되어 있고, 항암효과가 탁월하며, 전립선을 튼튼하게 하고, 다이어트 중 공복에 이보다 더 포만감을 줄 수 없다는 멋진 과일을 그냥 설탕만 뿌려 먹기엔 아깝다.
만가지도 넘는 토마토 사용법 중에 한식은 아니더라도 폼 나고 유용하게 쓰일 토마토 사용법을 딱 하나만 알려드리려 한다. 말씀 드렸다시피 관심은 중요하니까.
● Sundried Tomato
1. 햇볕이 아주 좋은 6-7월에 시장에 가서 토마토를 산다(방울토마토도 상관 없고 대저 토마토도 상관 없다)
2. 방울 토마토라면 반으로 자르고 대저 토마토라면 약 1 Cm 두께로 슬라이스 한다
3. 소금을 약간씩 뿌려 준다 (여기서 소금은 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삼투압을 이용해서 수분을 제거 하는 용도다, 너무 많이 뿌리지 않도록 한다)
4. 고추를 말리듯이 햇볕에 3번의 토마토를 2-3일 정도 딱딱해 지도록 말린다
5.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허브, 그리고 토마토를 함께 넣고 1년 정도 사용한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놓고 겨울 내내 꺼내서 그냥도 먹고, 얇게 저며서 샐러드에도 넣고, 달걀과 함께 볶아서 아침에도 먹어보자. 설탕만 뿌려 먹던 토마토와는 차원이 다른 자신의 밥상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미국출장 길에 동네의 흔한 시장에서 너무나 멋진 제 각각의 모양과 색을 띈 토마토들을 발견하고 흥분해서 몇 파운드를 사서 간단하게 샐러드를 만들다가 두서없이 적어봤다.
마지막으로 센스있는 편집장님이 이 글에 ‘상상의 마법 7공주’가 부른 ‘토마토’를 BGM으로 깔아주면 좋겠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내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요리사.
'상상의 마법 7공주' 버전의 노래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셰프님~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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