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방장관회담 시작으로
3단계 군사외교 로드맵 마련
美지원 업고 자위대 역할 확대도
일본이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시작으로 올해 추진할 ‘3단계’ 군사외교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추진하고 유사시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개를 자위대가 지원할 수 있도록 우리 측에 요구할 방침이어서 국방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27일 “일본은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필두로 올 여름에 한일 국방교류회의를 열고 하반기에는 군사분야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3단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군사협력이라는 명분과 미국의 물밑 지원을 등에 업고 우리 측에 접근하는 일본의 공세를 거부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인 30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일 국방장관회담은 2011년 1월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이 방한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가진 이후 4년 여간 명맥이 끊겼다. 대신 매년 한두 차례 양국의 국방차관이 상대국을 오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하반기에 구상하는 군사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30일 회담에 이은 추가 국방장관회담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보보호협정을 다시 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관진 장관 당시 한일간의 군사협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눈앞에 뒀지만 2012년 6월 밀실추진 논란의 역풍을 맞고 무산됐다. 이후 한일 군사협력은 진전 없이 헛돌고 있다.
무엇보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한국과의 정보보호협정 체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3국이 정보공유약정을 맺긴 했지만 한일 양국간에 비밀을 직접 교환하는 협정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시간이 제한되더라도 기회가 되면 이 문제를 제안해서 추진해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한민구 장관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협정 재추진은 없다”고 재차 못박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은 우리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어서 어떻게 입장을 조율할지 관심이다.
지난달 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후속조치를 놓고도 한일간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일본 측은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유사시 주일미군이 한반도에 전개할 경우 집단자위권 차원에서 일본의 후방지원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동의’를 전제로 내세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면에는 자위대의 폭넓은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내용상 서로 배치된다.
한일 양국은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탐색전 정도만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일의 신 방위협력지침을 8월 이후 법제화한다는 방침이어서 한국을 상대로 그 때까지 지속적인 협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계획에 따르면 국방부가 일본의 3단계 로드맵에 말릴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다.
싱가포르=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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