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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실패 경험이 씨앗, 새로운 기업 성공 싹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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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실패 경험이 씨앗, 새로운 기업 성공 싹 텄다"

입력
2015.05.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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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관련 투자 유치ㆍ정보 교환 '축제'

예선 통과 100개 기업엔 3분 스피치

지난해 1억5000만달러 모아

투자 받은 기업이 다음해엔 후원

창업정신 선순환으로 벤처의 천국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무너졌을 때 세계는 핀란드 경제도 함께 몰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핀란드는 오히려 무너진 노키아를 발판삼아 수 많은 정보기술(IT) 신생기업들을 탄생시키며 IT강국으로 우뚝섰다. 여기에는 핀란드의 독특한 행사인 슬러시가 숨어 있다.

200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시작된 슬러시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투자를 유치하고 창업 관련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지난해 11월 이틀 동안 열린 슬러시에는 1만4,000여명이 방문했고 총 79개국에서 1,396개의 신생기업이 참여했다. 그동안 슬러시를 통해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과 로비오가 탄생했고, 요즘은 금융과 IT를 접목한 핀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슬러시의 성공 비결을 전수하기 위해 마틴 탈바리 슬러시 최고전략책임자(CSO)가 27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노키아 몰락으로 핀란드 산업 생태계는 다시 태어났다”며 “핀란드에서는 누구도 노키아 해고자들을 실패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자랑으로 꼽았던 노키아는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였다. 노키아는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담당했고, 수출의 20%를 책임졌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전환이 늦어 외국에 팔렸고, 그 바람에 수 천명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으니 핀란드가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핀란드는 주저 앉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 최고 기업에서 일했던 노키아 직원들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슬러시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수 많은 IT 신생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씨앗을 뿌렸다.

지난해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 '슬러시'에서 창업자들이 무대에 올라 투자자들에게 각자 회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슬러시 제공
지난해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 '슬러시'에서 창업자들이 무대에 올라 투자자들에게 각자 회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슬러시 제공

비영리기관인 슬러시는 정직원이 15명뿐이다. 이들은 후원업체나 연사를 찾는 등 행사 준비를 하고, 직접 현장을 누비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지난해 슬러시에는 약 1,500명이 봉사에 나섰다. 슈퍼셀처럼 큰 기업들은 슬러시 기간 동안 밤에 파티를 열어주거나 최고경영자(CEO)가 창업자 대상 강연에 나선다. 정부는 행사장을 내주고 홍보를 돕는 등 뒤에서 지원한다. 이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은 슬러시를 지역주민 모두의 행사로 인식한다. 탈바리 CSO는 “슬러시의 자원봉사자들이 창업자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한 가지”라며 “언젠가 나도 같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슬러시가 전 세계 수천개의 신생기업 지원 행사와 확연하게 다른 점은 ‘슬러시 100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선을 통과한 100개의 신생기업이 투자자들 앞에서 3분 동안 업체 성격과 하는 일을 발표하는 행사다.

특이한 것은 발표장이 마치 인기 가수의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점이다. 3분의 발표시간 동안 현란한 조명과 댄스음악이 금세 춤판이라도 벌어질 듯 무대를 채운다. 미래를 그리는 창업자와 듣는 사람 모두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발표 내용이 마음에 들면 투자자는 창업자와 따로 미팅을 갖는다. 지난해 슬러시에서는 약 7,000건의 미팅이 이뤄졌다. 슬러시 측은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1억5,000만달러(1,660억원)의 투자금이 모인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슬러시의 교훈은 다른 곳에 있다. 지원을 받은 업체가 다시 후원업체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탈바리 CSO는 “슬러시를 통해 투자금을 모아 성장한 신생기업이 이듬해 후원업체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창업정신의 선순환이 핀란드가 신생기업의 천국으로 거듭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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