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공식화 따른 후폭풍
외국인 2000억원 육박 매도 폭탄
코스닥도 700선 내주며 하락
"2013년 악몽 재연될라" 우려
27일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급락했다. 올 들어 ‘바이(Buy) 코리아’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은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도 폭탄을 던졌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발작’(미국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 우려에 신흥국가 통화가치와 주가 동반 하락)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6포인트(1.68%) 내린 2,107.5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86%까지 빠지며 2,1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해 1월 2일(-44.15포인트) 이후 약 1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9.47포인트(1.34%) 내린 699.19로 장을 마치며 700선을 내줬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105.5원으로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가 급락은 연휴 시작 전인 2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여파다. 전날인 26일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굵직한 호재가 지수를 방어하며 코스피지수가 소폭(0.12%)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이날 본격적으로 후폭풍이 몰아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지수도 삼성 효과를 들어내면 실제로는 1.8% 넘는 하락세”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건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이들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아 치운 주식은 1,881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1월 29일(2,420억원 매도)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매도 물량이고, 전날까지 최근 한 달간의 전체 매도 물량(2,034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9조원 이상 사들인 걸 감안하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 하지만 향후 미국 금리 인상 시그널이 잦아지고 또 인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주가 급락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거론한 뒤 주가가 폭락했던 2013년 긴축발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만이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불안한 행보를 보이며 동시다발적인 긴축 발작의 우려를 키웠다. 전날 밤 미국 3대 증시(다우, 나스닥, S&P500)는 3주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일제히 1%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급기야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이 26일(현지시간) 2013년 긴축발작을 언급하며 “Fed는 긴축 충격을 신흥국이 견딜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예정된 것인 만큼 2013년 악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잖은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예상보다 조정 국면에 빨리 도달하긴 했지만 2013년과 달리 충분히 알려진 사안이라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김학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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