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탈송전탑 원정대 북콘서트

“요양하러 밀양 들어왔다가 송전탑 때문에 싸움까지 하게 됐다 아임니꺼. 싸움을 하다 보니까 건강이 더 좋아졌으예.”(할매 구미현씨)
27일 오후 4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경남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에서 송전탑과 핵발전소에 맞서 싸우는 지역을 찾아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탈핵탈송전탑 원정대’ 북콘서트에 주인공 할매 할매를 비롯해 동행한 사진작가와 밀양대책위 관계자 등 150여명이 모였다. 이 책은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전기 보고서’라고 부제를 달았다.
밀양은 삶의 터전을 초고압 송전탑에게 내주고 보상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어 사실상 풍비박산 났는데도 할매 할배들의 표정은 밝았다. 책 이야기를 하는 중 장내에서는 수시로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이기 다 군수, 시장을 잘 못 뽑아서 그런기다 아입니까.” “원전 1기에서 나오는 전기도 엄청난데 10기가 뿜어내는 전기를 한 줄로 보낸다 카는데 그 옆에 있는 사람들 다 죽는 거 아입니까?” “우리가 뽑은 군수 시장이 나서서 이걸 막아야지예. 근데 그기 아이고 서로 유치를 한다 칸께예.”
줄여서 ‘탈탈원정대’로 불리는 이 책은 지난 3월 한 달 할매 할배 16명이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 2,900㎞에 걸쳐 누빈 여정을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이 기록하고,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가 해설을 곁들여 묶었다. 우리의 에너지 문제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노순택 작가 등 사진작가들이 현장을 사진으로, 독립 다큐 감독들이 영상으로도 담았다.
이날 북콘서트는 소설가 공지영씨의 책 낭독, 가수 이혜진씨의 공연 등 화기애애했지만 후반에 가서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부산 초등학교에서 40년 교사를 한 뒤 단장면 용회마을로 온 할배 고준길(73)씨는 “밀양 할매 할배들은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봤지만 사람이 할 짓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며 “할 수 없는 일을 한전이, 이 나라가 하고 있으니 원한이 생겼고 후손들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올라왔다”고 말했다. 할매 김옥희씨는“밀양의 철탑이 아니고 대한민국 철탑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 가져 주이소”라고 당부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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