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예술영화시장 최고 화제작은 단연 ‘위플래쉬’였다. 드럼에 미친 한 학생과 극단까지 제자를 밀어붙이는 음악학교 교수의 관계가 관객들의 눈길을 끌 만했다. 스크린 밖의 극적인 일화도 화제를 뿌렸다. ‘위플래쉬’의 국내 수입가는 6만달러(약 6,647만원)였다. ‘위플래쉬’를 본 국내 관객은 158만6,140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었고 극장매출은 126억3,346만원이었다. 흥행 수익을 미국 제작사와 나눴다고는 하나 ‘영화 로또’를 맞았다는 뒷말이 나올 만도 했다.
‘위플래쉬’의 봉이 김선달 뺨칠 흥행 소식 때문일까. 최근 막을 내린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마켓에는 한국의 영화수입업자들이 밀물처럼 몰렸다고 한다. 한 수입업자에 따르면 영화 거래를 위해 칸 마켓에 등록한 한국 영화인이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1억원 정도로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진주 같은 영화를 발굴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기 퇴직 후 창업을 해도 실패할 확률이 90% 가량이라 하니 영화 초보자에게도 영화 수입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수입업자들이 늘었으니 구매 경쟁(특히 예술영화)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가는 덩달아 뛰었다. 해외 영화판매업자가 제시하는 가격대로 수입하거나 웃돈을 얹어준 영화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수입업자들 사이에선 제시 가격의 10분의 1선이 적정 구매가로 알려졌다.

특정 배우 출연 영화에 구매 문의가 쇄도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아일랜드 출신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이 출연한 액션영화 ‘윌링 패트리어트’를 둘러싼 경쟁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니슨의 출연 확정과 시나리오 정도. 심지어 판매사는 다른 영화 5편과 묶음으로 이 영화를 내놓았으나 10개 가량의 국내 영화사가 계약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니슨이 출연한 액션영화 ‘테이큰’시리즈와 ‘논스톱’의 흥행이 만들어낸 판타지의 영향이 컸다. 20만명대 관객 동원에 그친 ‘툼스톤’과 ‘런 올 나이트’의 흥행 실패는 외면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다.
충무로에는 ‘곗돈 탄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흥행 쓴 잔만 거푸 마시다 흥행의 꿀맛을 보게 되는 제작자나 수입업자가 많아서 생긴 표현이다. ‘위플래쉬’를 수입한 영화인은 20년 가까이 영화를 수입하고 제작해 왔다. ‘테이큰’의 수입업자는 흥행하고도 정작 돈은 손에 쥐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영화 수입도 의욕과 자금만으로 되지 않는다. 외화 수입 과열현상이 해외 영화인 주머니만 불리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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