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주도의 신속한 흡수통일
혼란과 후유증 줄일 수 있어
北 인터넷ㆍ장마당 확대 긍정 신호"
“동독이 서독을 부러워했듯 대한민국을 북한 주민의 동경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과 대만처럼 정치 안보 사안을 분리하되 민간 교류를 확대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한국정치학회와 공동으로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통일에 어떤 통일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를 따져보는 ‘한반도 통일 모델, 독일과 중국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독일식 통일 모델 발제자로 나선 염돈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되는 서독 주도의 ‘조급한’ 흡수 통일과 이에 따른 심각한 통일 후유증에 대해 “오히려 힘의 격차가 있었기에 통일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노무현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염 교수는 “서독이 통일 과정을 주도하면서 신속한 통일이 가능해졌고, 통일 비용 부담에 따른 서독 주민들의 불만도 줄일 수 있었다”며 “만약 동ㆍ서독이 대등한 입장에서 체제를 혼합하거나 제3의 길을 선택했다면 혼란만 가져올 뿐 전혀 실익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후유증도 통일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비용으로 통일 준비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후유증의 정도가 줄어들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독의 일방적 통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동독 주민들이 서독 TV 시청 등 외부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서독을 동경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염 교수는 지적했다.
염 교수는 하지만 북한은 동독만큼 열려있지 못하다며 ▦남북한 적대감이 여전하고 ▦북한주민에 대한 외부정보 전파 통로가 부재하며 ▦북한의 가혹한 억압 체제 등도 독일과 달리 통일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들로 꼽았다. 그는 다만 최근 북한에서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늘고 장마당의 확대로 한국 문화와 한국산 제품이 널리 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염 교수는 또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조건적인 대북 경제지원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독도 대동독 지원이 동독 공산정권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하면서 반드시 대가를 받고 경제지원을 했다”며 “우리가 ‘맏형 자세’로 북한을 포용하고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도우면 평화통일을 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장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지향하는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모델은 한반도 통일모델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해묵은 적대관계의 청산과 공존공영을 극대화하는 모델로서 ‘통일 준비 과정’에선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이를 위해 정치적 사안과 비정치적 사안, 정부와 민간 차원의 철저한 구분을 통해 상호 체제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 안보 이슈와 무관하게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를 꾸준히 확대하다 보면 자연스레 통일의 공감대도 넓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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