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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Words Evolution 2 (의미가 변하는 어휘)

입력
2015.05.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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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Word Play (재미있는 말)

최근 연구를 보면 많이 쓰이는 어휘일수록 진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 빈도가 많을수록 의미도 용례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프랑스어가 어원인 Nice라는 영어 단어가 본래 ‘멍청한 나쁜(silly, foolish, simple)’ 뜻이었다는 것을 보면 정반대로 발전 진화한 것이다. 어휘 변화는 사회 발전과 연관이 깊다. 미국 건국 초기에 생긴 Indian giver라는 말은 ‘물건을 주었다가 뺏는 사람’의 뜻으로 오랫동안 쓰이다가 최근에는 Indian이나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언어로 분류되어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black이나 negro보다는 African-American처럼 중립적이고 차별성이 적은 말이 부상한 것과 같다.

‘Hook up’이라는 동사구는 ‘Hook up the internet cable’처럼 사용되었는데 요즘엔 ‘He hooked up with the girl last night’에서처럼 ‘meet up with someone’이나 ‘have sex with someone’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fantastic은 수백 년 전에는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의 뜻이었다가 이제는 ‘incredible’의 뜻으로 쓰인다. gay도 ‘명랑한’ ‘유쾌한’이라는 고전적 의미보다는 ‘동성애의’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bad는 ‘잘못한’ ‘나쁜’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쓰였는데 지금은 ‘This car is bad’처럼 반대 의미인 ‘good’ ‘great’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범죄 드라마 ‘Breaking bad’에서는 ‘끝내주게’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좋다 나쁘다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 어휘는 우리말에도 있다. 젊은 층의 은어 ‘쩐다’ ‘쩔다’도 ‘끝내준다’처럼 매우 멋지다는 의미와 ‘매우 좋지 않다’는 두 가지 상충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Sick’ 도 ‘아픈’의 뜻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Dude, that song is so sick’에서처럼 awesome(멋진)과 ‘I am sick of his attitude’처럼 ‘짜증나는’ ‘싫증나는’(tired, pissed off)의 상반되는 용례로 쓰인다. tool은 도구나 연장이 기본 뜻이지만 요즘엔 우리말의 ‘호구’처럼 멍청해서 이용당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Ask Tom to lend you some money. He’s a tool’ ‘Bring the tool, he’ll spot us the cash’처럼 쓰이고 있다. message는 이제 ‘전갈’ ‘의도’ 보다는 ‘문자 메시지’로 더 많이 쓰이고 ‘Message me’나 ‘Text me’는 가장 빈번한 일상 표현이 되었다.

1605년 영국 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실패한 Guy Fawkes는 그 이름이 유명해지면서 ‘무서운 사나이=guy’로 통용되었다. 이것이 미국에 전해진 뒤에는 크게 와전되어 ‘남자’뿐만 아니라 ‘자네들’ ‘당신들’, 복수형으로는 남녀 모두에게 쓰이며 부정적 의미는 완전히 사라졌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언어이지만 뜻밖의 의미로 발전하는 것은 그 이유를 한 번쯤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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