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헬멧이 다시 시커멓게 변했다. 타격감이 올라왔고, 자신감도 찾았다는 방증이다.
손아섭(27ㆍ롯데)은 평소 좋았을 때의 ‘감’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수첩이나 일기장이 아닌 자신의 헬멧에 적는다. 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읽어볼 수 있다. 보통 안 좋았던 것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적지만, 가급적이면 좋았던 것만 메모한다. 그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슬럼프가 길어진 4월 중순 손아섭의 헬멧은 비교적 깨끗했다. 새 각오를 토대로, 새 출발을 위해 모든 걸 바꾸면서부터다. 거듭된 고민으로 86㎏이던 체중이 81㎏까지 빠진 그는 모자, 스파이크, 장갑을 새 것으로 교체했다. 헬멧 안쪽에 빼곡히 적어놓은 글씨도 모두 지웠다. 그는 “‘힘 빼기’, ‘밀어치기’, ‘하나만 생각’이라는 딱 세 마디만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어느새 시즌 타율을 3할대로 회복하며 4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받은 위용을 마음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4월까지 25경기에서 2할4푼5리에 머물던 타율은 26일 현재 3할1푼3리까지 올랐다. 지난달까지 2개였던 홈런은 5월 5방을 더해 7개가 됐다. 한 때 그를 7번 타순에 넣던 이종운 롯데 감독은 “걱정이 많았지만, 어느새 타율이 3할이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신감을 찾은 손아섭도 헬멧에 글귀를 다시 적기 시작했다. ‘탑 위치 낮게’ ‘팔꿈치 돌리면 안 됨’ ‘상체 세우기’ 등을 매일 읽어가며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중이다. 그는 “슬럼프가 짧은 것이 장점이었는데, 시즌 초반 긴 슬럼프를 겪으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면서 “그래도 아직 시즌은 길다.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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