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2명 경기시간 10~12분 불과
주포 조성민은 한 골도 못 넣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소환을 기다리는 전창진(52)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일단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사건이 터진 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던 전 감독은 26일 오후 법무법인 강남을 통해 “자신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지 않았으며 평소 호형호제하던 신용불량자 강모 씨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줬을 뿐이다. 이득은커녕 사채업자에게 3부 이자까지 갚았다”고 항변했다.
또 후보 선수들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KT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였다. 주전 선수들을 보호하고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승부조작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는 2월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다. 전 감독이 스포츠 불법도박에 이 경기 지는 쪽으로 돈을 건 뒤 선수 운영 등을 통해 고의로 10점차 이상 패배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경기는 SK가 75-60으로 대승했다.
지난 시즌 KT는 SK와 정규리그에서 6번 만나 모두 졌을 만큼 전력 차가 컸다. 이날 경기를 제외한 다섯 차례 경기의 평균 점수 차도 10점(10.6점)이 넘었다. 때문에 이날 15점 차 패배가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수 기용 면에서 다소 의심스러운 대목은 눈에 띈다.
핵심 선수 2명의 경기 출전 시간이 짧을뿐더러 경기 내용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인 찰스 로드가 11분57초만 뛰었고, 주포 조성민도 10분만 뛰고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두 선수는 당시 부상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전 감독 측의 주장대로 6강 진출이 좌절된 시점이었기에 경기 내용만 가지고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농구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전 감독이 경기 결과에 따른 금전적인 이득을 챙겼는지와 실제로 전 감독 주도 아래 불법 스포츠토토 등에 대한 베팅이 이뤄졌는지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질 전망이다. 과거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이들은 검ㆍ경찰의 조사를 받기 전까지 한결같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소환 이후에는 모두 사실을 자백했다. 전 감독처럼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반면 경찰 역시 전 감독의 차명계좌를 확보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월 초 전 감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언론을 통해 브리핑까지 했다는 건 어지간한 확신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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