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환경 '녹지 프리미엄' 주목
역세권·학군 만큼 숲세권 대접
북한산 힐스테이트 은평 최고가
원주 봉화산은 프리미엄 1억
서울 은평구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전용면적 85㎡)는 지난 3월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분기 은평구에서 매매가 이뤄진 같은 면적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다. 강원 원주시의 ‘e편한세상 봉화산’(전용면적 85㎡)은 5월말 현재 최고 2억5,25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인근 단지의 같은 면적 아파트 시세보다 가격이 무려 1억 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올 봄 지역 내 다른 단지들에 비에 유난히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 이들 두 단지는 특별히 지하철역이 더욱 가깝거나 교육환경이 뛰어나지 않다. 콧대 높은 가격을 자랑한 두 단지에는 다름아닌 ‘녹지’라는 공통점이 숨어 있다.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이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 바로 옆에는 해발 99m의 야산에 조성된 13만㎡ 규모의 불광근린공원이 펼쳐져 있고, ‘e편한세상 봉화산’은 단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지가 봉화산 자락에 위치해 일명 ‘숲세권 아파트’로도 불린다. ‘역세권’보다 ‘숲세권’이 대접받는 것이다.
이처럼 도심 속 자연을 단지 안에서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아파트들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이 되면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교외로 나가고 싶지만 연휴가 돼도 피곤함에, 또는 경조사 등으로 가족과 온전히 자연을 즐길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로 집 앞에서, 아니면 몇 십분 거리에서 녹지를 즐길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원하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린 프리미엄’ 단지의 인기는 분양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현대건설의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는 녹지율이 42%에 달하는데, 이런 장점 덕분에 평균 청약 경쟁률 8대 1로 순위 내 마감이 이뤄졌다. 같은 달 서울 서대문구에서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신촌’도 조경 비율이 44%에 이른다. 단지 뒤편에는 안산 둘레길 등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고, 단지 내부에는 5개의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게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11대 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수요자들의 녹지 욕구를 반영한 아파트는 계속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원주시에선 996가구(전용면적 60~84㎡) 규모의 ‘원주 봉화산 푸르지오’가 6월 분양 예정이다. 경기 하남시에선 550가구 규모 ‘미사 강변 대원 칸타빌’이 9월 분양 예정인데, 단지 바로 앞에 문화공원과 체육공원이 있다. 또 동탄2신도시 A45블록에서 10월 선보이는 1,526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동탄’은 무봉산과 근린공원 등을 끼고 있어 조망권이 좋다. 아울러 대우건설이 이달 말 분양하는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단지 앞으로 오산천이 흐르고, 고양시 대화동에 들어서는 한화건설의 ‘킨텍스 꿈에그린’은 호수공원과 한강 조망권을 갖췄다.
지금까지 주택 시장은 역세권, 학군과 같은 입지 측면과 분양가 등에 맞춰져 왔던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공원과 강, 호수 등을 벗삼은 ‘그린’ 단지들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희소성이 부각돼 앞으로는 녹지 공간의 존재 유무가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학군이나 교통편 등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최근엔 휴식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매수 동기 중 하나가 됐다”며 “같은 지역이라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가격 차이가 벌어질 만큼 녹지공간이 인기의 척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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