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를 치우려는 철거 용역회사 직원들(오른쪽)에 맞서 마을 청년들이 나섰다. 저 엉성한 구조물이 얼마나 든든한 벽 노릇을 해줄지 의심스럽지만, 바리케이드란 게 실은 방어와 저항의 상징물에 가깝다. 지금 청년들은 자신들과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지키려고 싸우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무의미했던 뉴욕 월스트리트의 ‘월(wall)’이, 또 2차대전의 ‘마지노선’이 지금도 이름으로 상징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26일 필리핀 마닐라 북부 칼루칸시 외곽. 국가는 팽창하는 수도의 필요를 위해 저 지역을 개발하기로 했고, 50년 넘게 살면서 마을을 이룬 500여 채의 집들이 강제 철거되게 됐다. 한국 민법은, 비록 까다로운 법적 다툼이 뒤따를 테지만, 점유취득시효라 해서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245조)할 수 있게 한다.
필리핀 법도, 저 마을의 자세한 사정도 모르지만, 법이 있던 한국에서도 70,80년대 저런 일들이 빚어졌다는 건 안다.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게 국가지만, 어떤 국가는 큰 재산을 먼저 보호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칼루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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