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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한교원 주먹질 징계, '오버'는 하지말라

입력
2015.05.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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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저 손쉬운 결정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이번 주 대한축구협회는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FIFA 회장 선거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블래터가 또다시 이길 것을 알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여러 축구계 인사들은 블래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블래터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축협이 진정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블래터의 라이벌인 알리 알 빈 후세인 왕자인 것 같지만 말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이 현재 일어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면 멋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달 바레인에서 열린 AFC 의회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도 그 자리에 참석을 했기에 잘 알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서서 표적이 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대한축구협회가 그렇게 했다면 멋있었겠지만 축구 정치도 그저 대세를 따르는 것이 더 수월할 때가 있다. 모두가 그러는 것처럼 조용히 블래터를 위해 표를 던지는 것, 이는 큰 고민이 필요 없는 ‘Easy Way'다.

한교원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K리그가 다수의 네티즌의 말을 따라 10경기 출전 정지를 내리고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에서 한동안 그를 제외하면 아주 손쉬운 결정이 될 것이다.

물론 박대한을 향해 날린 한교원의 펀치는 충격적이었다.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그러한 모습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교원이 그동안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았을 때, 그렇게 과격한 행동을 하리라 상상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한교원은 꽤 부드러워 보였고 거친 플레이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로 보였다. 축구에서는 열정이 과도하게 끓어오를 때가 있는 법인데, 그렇다고 해도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이 용납될 수는 없다.

10경기 징계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주먹을 한두 번 휘두른 것에 대한 처벌로는 너무 가혹하다. 국가대표팀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지나친 이야기다. 관중이나 심판을 폭행하거나 영국에서 온 기자의 머리가 빛난다고 뒤통수를 때린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10경기 징계를 줘야겠지만, 몸싸움 도중에 선수들끼리 그런 행동으로 10경기를 못 나오게 한다는 것은 너무한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보자. 한교원의 펀치가 살인적인 강펀치였다고 할 수 있을까? 수비수와의 몸싸움 도중 화를 견디지 못하고 짧게 휘두른 주먹이었다. 사람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격분할 때가 있다. 연맹으로서는 이러한 여론의 분위기를 따라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게 잡음 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겠지만, 그러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축구가 열정과 육체적 접촉의 스포츠라는 기본 사실로부터 처벌도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 열정적이다 못해 흥분을 조절하지 못하는 선수는 피치에서 언제라도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에게 내려지는 3경기 출전 정지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전북 현대의 한교원(왼쪽)이 인천의 박대한을 가격하는 장면. 화면 캡처.
전북 현대의 한교원(왼쪽)이 인천의 박대한을 가격하는 장면. 화면 캡처.

구단의 자체 징계만도 괜찮다. 그 이상은 ‘오버’라고 본다. 지난주 서울-오사카 경기에서 서울의 한 선수가 높은 태클을 날렸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박용우였던 것 같은데, 다른 선수였다면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는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을 만큼 위험한 행동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그러한 태클이 한교원의 주먹보다 훨씬 위험하지 않은가? 선수보호와 동업자 정신의 부재를 근거로 처벌해야 한다면, 주먹과 발이라는 개념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실제적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한교원은 진실해 보이는 태도로 사과했다. 처음 잘못을 저지른 선수이기에 그 사과를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K리그도 그렇게 대처했으면 한다. 추가 징계 없이 전북의 자체적인 처분으로 넘어갈 수 있게 이끄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나는 전북이 챔피언스리그 베이징전에서 한교원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모든 일에는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결정의 논리를 잘 모르겠다. 벌금을 내게 하고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텐데, 너무나도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왜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 걸까? 구단이 먼저 나서 출전을 정지시키면 K리그가 추가 처벌을 할 때 정상참작이 되리라 예상하고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는 한다.

다음에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면 강력한 처벌이 나와야겠고, 그때는 10경기 출전 정지가 나와도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대표팀에 들어갈 멤버를 고르는 것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달린 일이다. 슈틸리케는 이미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한교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한교원이 팀에 해를 끼치는 존재라고 판단된다면 그를 뽑지 않아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슈틸리케가 그의 재능이 폭력적인 성향을 (당연히 그런 선수가 아니라고 믿지만) 감수할 만큼 뛰어나다고 여긴다면 감독의 재량으로 한교원을 합류시킬 수 있다.

그라운드 주먹다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전북 한교원(오른쪽).
그라운드 주먹다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전북 한교원(오른쪽).

한교원에 대한 몇몇 반응들은 안티 전북 팬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전북은 우승 트로피를 이미 가방에 넣은 분위기로 달리고 있기에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전북의 잘못은 아니다. 전북은 그저 다른 팀들이 따라야 할 기준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한교원이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현존하는 규칙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문제에 너무 ‘오버’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한 번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인데, 여기에 그토록 강한 분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성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자. 한교원이 또 그러한 행동을 보일 때는 나도 화를 내겠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모습을 보일 것 같지 않다. 그도 교훈을 얻었고 우리 모두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그게 삶의 과정이고 축구의 일부분이다.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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