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섬 여행을 꿈꾸지만 배 시간 맞추는 것부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1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 섬 여행의 출발점은 인천 연안부두. 그러나 유일하게 육지와 연결된 섬이 있다. 바로 영흥면 선재도와 영흥도다. 시화방조제가 끝나는 안산시 대부도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선재도고, 또 하나 지나면 영흥도다. 옹진군은 경북 울릉과 영양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인구가 적은 곳, 2만 명 선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지만 영흥면만큼은 예외다. 2001년 영흥화력발전소 완공과 함께 다리가 놓이면서 2,500명 정도였던 인구는 올해 5,800명까지 늘었다. 2012년에는 고등학교까지 새로 생겼다. 관광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늘어난 게 큰 원인이지만 타지로 나갔던 젊은 사람들의 귀향도 늘어나는 추세다.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섬, 영흥도에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트랙터 타고 떠나는 갯벌체험
갯벌 하면 전남 신안과 무안을 먼저 떠올리지만 전국 갯벌 면적의 15.5% 가 옹진군에 속한다. 인천광역시 갯벌의 절반이 넘는다. 수도권 갯벌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위협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소중한 자원이다.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으로 조그만 섬이 보인다. 목섬이다. ‘신비의 바닷길’ 찾아 멀리 갈 것 없다. 물이 빠지면 350m 모래 바닷길이 매일 열린다. 물때에 따라 시간은 다르지만 하루 두 차례씩 3시간 정도는 걸어서 섬과 갯벌을 산책할 수 있다. 섬으로 연결된 길은 바닷물에 잠기는 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모래땅이다. 섬을 반 바퀴 돌아 반대편에 서면 선재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랫길이 또 끝없이 이어진다. 모래 열기에 먼 섬들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 물길이 열리면 어민들이 더 바빠진다. 수 십대의 경운기를 대고 갯벌 곳곳에서 바지락과 낙지를 잡는 모습도 장관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라면 갯벌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선재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서 다리 아래로 가면 선재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트랙터가 끄는 수레를 타고 드넓은 갯벌을 10여분 달리면 측도 앞에 닿는다. 한 시간이면 어린아이라도 부족하지 않은 만큼 바지락을 캘 수 있다. 주말만 운영하지만 단체 예약을 하면 평일에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또 가 볼만한 곳은 영흥에너지파크.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자 체험을 통해 전기와 에너지 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전시관이다. 1층은 체험전시시설 자체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모형으로 꾸몄다. 스스로 에너지원이 되어 미끄럼 통로를 이동하며 전기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과정을 놀이를 하듯 익힐 수 있게 했다. 2층 전시실은 국내 에너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꾸몄다. 어린 아이보다는 중?고생이나 어른들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해수욕장 옆 바다 숲길, 십리포해수욕장
영흥대교를 지나 섬의 북측 해변에 닿으면 아담한 해수욕장이 나온다. 십리포해수욕장이다. 해변 길이는 고작 1km남짓, 10리(4km)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영흥도에서 가장 큰 진두마을에서 10리쯤 떨어져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오른편 바다가 끝나는 곳으로 멀리 송도신도시의 고층건물이 또 다른 세상처럼 아련하다. ?해변이 작은 만큼 양쪽 끝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변을 뛰거나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소사나무 군락이다. 해풍을 막기 위해 150년 전에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줄 만큼 울창하지만 울타리를 쳐서 들어갈 수는 없다. 대신 숲 가장자리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십포리해수욕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완공한 350m 데크길이다. 해수욕장 왼편 끝자락부터 바위절벽이 이어지는데 이 구간에 산책길을 만들었다. 왼편은 소사나무 엄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절벽 숲이고 발 아래는 아찔한 갯바위, 오른쪽은 시원한 바다다. 길은 언덕에 바짝 붙어있어 나무 그늘로 바닷바람의 시원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해변을 거닐던 맨발 그대로 걸어도 좋을 만큼 바닥은 촘촘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래가 아니라 하얀 조개 껍질 해변이 펼쳐진다. 주로 굴 껍데기인데 파도가 들고나는 물결 그대로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내려가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영흥도(옹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여행수첩]
●서울시청에서 영흥면사무소까지는 대략 75km, 영동고속도로 월곶IC에서 시화방조제-대부도를 거쳐가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시흥평택고속도로 송산마도IC에서 나와 대부도를 거쳐 갈 수도 있다. ●선재어촌체험마을(지역번호 032, 883-3110) 외에 용담(886-2074), 영암(888-5633), 내리(883-8900)어촌체험마을에서도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영흥도와 선재도는 민박과 펜션 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옹진군 관광문화 홈페이지(www.ongjin.go.kr/tour)에서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장경리와 십리포해수욕장 주변에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풍성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려면 영흥수협공판장이 제격이다. 바지락과 산낙지를 비롯해 각종 회를 판매하는 수 십 개의 음식점이 한 건물에 들어있다. 선재도에서 영흥대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인데, 입구는 우회전해 다리 밑으로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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