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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아이돌 그룹, 이렇게 탄생한다

입력
2015.05.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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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C, 몬스타 X, 세븐틴, 오 마이걸. 이 이름들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이미 아이돌에 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좋다. 가요계에는 매주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데뷔하고, 위의 이름은 그래도 험난한 데뷔 과정을 어떻게든 통과하고 있는 신인 그룹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데뷔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팀을 알려왔다. 수많은 팀들을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뷔 전부터 움직여야 하고, 최근 아이돌 산업은 데뷔 과정부터 명확한 시스템을 갖고 움직인다. 아이돌이 데뷔하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

2004년 동방신기 데뷔 당시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4년 동방신기 데뷔 당시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팀 이름

과거 동방신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기이한 이름에 웃었다. 하지만 특이한 만큼 팀의 이름은 기억하기 쉬웠고,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내놓는 대형 신인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데뷔부터 화제가 됐다. 이후 도쿄돔 공연까지 한 뒤에는 누구도 이 팀의 이름을 비웃지 않는다. 그만큼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팀명은 무엇보다 기억할 수 있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이승철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소녀시대나 우주 대폭발을 의미하는 빅뱅이나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딘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팀 이름이 기억만 되도 성공한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이름부터 팀의 성격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방탄소년단은 이름부터 데뷔 당시 지향하는 팬의 연령대를 확실히 잡은 것이고, 최근 청순한 콘셉트로 나오는 걸그룹들이 여자친구, 러블리즈처럼 이름만 들어도 팀이 어떤 색깔일지 느껴지도록 짓기도 한다. 샤이니의 경우 데뷔 당시 다른 아이돌과 다른 '샤이'한 느낌을 팀 이름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면서도 너무 노골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작명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듯.

● 리얼리티 쇼

리얼리티 쇼는 데뷔를 위한 강력한 부스터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까지 리얼리티 쇼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 해당 그룹은 멤버들의 이름을 알리고, 캐릭터를 잡아 나가며, 멤버들끼리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아이콘은 m.net < WIN >과 < MIX & MATCH >를 찍으면서 데뷔 전부터 래퍼 바비가 CF를 찍을 만큼 데뷔가 기대되는 팀이 됐고, 세븐틴은 MBC 뮤직 < 세븐틴 프로젝트 >에서 세 개로 나눠진 유닛, 서로 반지를 나눠낄 만큼 사이 좋은 멤버들의 관계 등을 부각하며 팀의 성격을 잡아나갔다. 또한 아이콘, 몬스타 X 등이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거칠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소녀시대는 데뷔 당시 m.net <소녀 학교에 가다>로 문자 그대로 '맑고 밝고 아름다운'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떤 성격의 팀으로 데뷔하느냐에 따라 리얼리티 쇼의 성격도 바뀌는 것이다. 아이돌이 데뷔 당시 판타지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곤 하는 SM의 아이돌이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 리얼리티 쇼를 데뷔 당시에는 잘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인피니트는 m.net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에서 데뷔 전 작은 숙소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생 끝에 성공한 이 팀의 드라마틱한 서사의 시작 역할을 하기도 했다. 헛 돈 쓰는 것처럼 보일 만큼 엉뚱한 리얼리티 쇼를 찍지 않는 다음에야, 리얼리티 쇼는 대부분의 경우 데뷔 전 팬들을 만드는데 확실한 역할을 한다. 다만 문제는 돈. 최근 리얼리티 쇼 제작에는 회당 거의 1억이 들고, 이 제작비는 기획사측에서 해결해야 한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면 리얼리티 쇼를 하는 것 자체가 이 팀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는 의미.

● 티저 사진 및 영상

데뷔 전 공개되는 티저 사진과 영상은 비쥬얼 콘셉트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다른 말로는 새로운 '떡밥'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은 노래, 춤에 더해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비쥬얼적인 부분까지 모두 더해 팬들에게 판타지를 주는 존재라 할 수 있는데, 티저 사진과 영상은 멤버 개개인과 팀의 비쥬얼을 통해 팀의 성격을 보여주면서 팬들을 끌어들인다. 힙합을 하며 세상에 반항하는 콘셉트를 가진 팀과 샤이니 같은 팀이 데뷔하는데 비슷한 모습일리 없다. 또한 티저는 회사의 투자를 통해 멤버마다 최대한 좋은 스타일링을 제공하기에 데뷔 전 아이돌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고, 팬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멤버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데뷔 전의 일상적인 모습과 전혀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회사의 기획력도 보여줄 수 있는 단계. 엑소의 경우 100일간 쉴 새 없이 가상으로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 멤버 소개와 비쥬얼 콘셉트는 물론 가상으로 설정한 멤버들의 초능력까지 설명했다. 그 결과 호기심을 느낀 아이돌의 팬들이 엑소의 설정에 대해 알아가고, 취향에 맞는 멤버를 발견하면서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그들의 팬이 되기 시작했다.

● 뮤직비디오

티저 사진이나 영상이 데뷔 전 그룹의 콘셉트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면, 뮤직비디오는 팀이 무엇을 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본편의 역할을 한다. 티저를 통해 비쥬얼 콘셉트로만 전달되던 것들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살이 붙고, 하나의 세계관을 만든다. 티저를 통해 설정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준 엑소는 데뷔 곡 'MAMA'에서 세계관을 설명했다. 또한 방탄 소년단은 데뷔 곡 'No more dream'에서 스쿨 버스 안에서 랩을 쏟아내고, 거리에서 껄렁거리며 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10대를 대변하는 반항아의 캐릭터를 구현했다. 각자 관심사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준 소녀시대의 '다시만난 세계', 학교 안에서 소녀들의 우정을 보여준 러블리즈의 'Candy jelly love' 역시 명확하게 그룹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팀명에서 뮤직비디오 공개로 이르는 과정은 아이돌 그룹이 그들의 시장을 정하고, 어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무대

몇 년전부터 케이블 음악 채널들이 여럿 생기면서 이제 음악 프로그램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된다. 이제 데뷔하는 팀에게 일주일동안 최대 6일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리얼리티 쇼와 마찬가지로 이런 음악 프로그램에 오르는 것 역시 기획사의 영향력이 크게 좌우한다. SM과 YG엔터테인먼트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데뷔 무대부터 두 곡을 부르면서 화려한 출발을 보여줄 수 있지만, 작은 기획사는 6개의 방송 중 한 개, 특히 지상파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을 잡는 것을 버거워하기도 한다. 사실상 6일 내내 활동할 수 있는 신인그룹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팀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어떤 신인 그룹들은 최대한 많은 음악프로그램에 서려고 하지만, 한 번이라도 눈에 확 띄는 것을 선호하는 회사는 특정 방송사와 협의를 통해 그 프로그램에만 힘을 싣는 경우도 있다. 위너는 데뷔 당시 SBS <인기가요>를 통해서만 무대에 서는 대신 데뷔부터 두 곡을 부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신인 그룹임에도 두 곡을 부르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사전녹화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팀에 대한 관심과 회사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엑소 2015 콘서트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소 2015 콘서트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데뷔가 화려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데뷔 과정까지는 회사가 어떻게든 끌어올릴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의 실력만큼은 멤버들의 몫이다. 엑소의 '늑대와 미녀'처럼 뮤지컬에 가까운 안무를 소화하거나, 방탄 소년단처럼 힙합을 군무 형식으로 소화하면서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면서 라이브까지 하는 것은 온전히 멤버들의 노력이다. 티저까지 기대를 모았던 팀도 무대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관심이 사그러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걸그룹도 과거와 달리 다양하고 복잡한 동작의 군무를 정확하게 맞추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만큼 팬들은 아이돌 그룹이 제대로된 무대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회사가 시장을 파악하고, 콘셉트를 정하고, 팬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 승부는 결국 아이돌 본인이 하기 마련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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