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文 발언 문제 삼았지만
여대야소서 통과 현실성 떨어져
출구전략용ㆍ내부 결집용 분석도
역대 통과 사례는 5번에 불과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막판 협상에서 야당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면서, 해임건의안 카드가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해임안은 역대 정부마다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을 옥죄려는 카드로 썼으나 극한 여야 대립만 부추겼을 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문 장관 해임은 상관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연계 카드로 제시한 문 장관 해임안은 정국 갈등만 유발하는 양상이다.
야당의 ‘당정청’ 옥죄기 카드, 장관 해임안
과거 해임안을 국면 전환용으로 종종 활용해 덕을 본 쪽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다. 제헌국회부터 현재까지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안이 가결된 사례는 모두 5번으로 마지막 두 건이 모두 한나라당 ‘작품’이었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됐던 사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9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해임안 처리다. 당시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학생들의 주한미군 훈련장 기습시위를 막지 못했다며 해임안을 꺼내 들었지만 당 내부 단속과 정국 주도권 장악을 노린 정략적 카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돼 민주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자, 내친 김에 정권을 흔들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인 149석(민주당은 101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정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국무위원 해임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과반수(137명) 찬성이다.
결국 김 전 장관의 해임안은 통과됐고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거부할 경우 거대 야당의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역대를 통틀어봐도 국무위원 및 국무총리 해임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해임 이후 여야 대치는 더욱 심화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한나라당은 당시 임동원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해임안에 찬성하면서 흔들리던 DJP연합은 파국을 맞았다.
‘여대야소’ 정국서 해임안 꺼내든 새정치, 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9부 능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해임안을 꺼내든 것도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한 정치적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
새정치연합은 문 장관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6.7%까지 2배 인상해야 한다”, “연금 고갈 빚을 후대로 넘기면 ‘세대간 도적질’” 등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문 장관의 발언이 과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새정치연합 의석(130명)에 정의당(5명)과 무소속(3명) 의원을 합해도 138석으로 정족수(150석)에 모자란 점을 감안하면 해임안 통과는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 중요한 문제(공무원 연금개혁)를 자꾸 다른 문제와 결부시켜서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정도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협상의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문 장관 해임안을 개혁안 처리와 연계시키는 것을 다른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내부 분열을 가리기 위한 구심점 찾기 아니냐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강하게 주장했던 새정치연합이 출구전략이자 내홍이 극심한 당 내부 결집용으로 꺼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실제 이 전략이 성공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이 보기에 해임안은 연금 개혁과는 동떨어진 새 논쟁으로 보일 수 있는데다 내부 갈등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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