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못 찾아 회생절차 폐지 신청
법원 "채권단 의견 듣고 결정"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스스로 청산의 길을 택했다. 세 차례의 공개 매각 시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팬택은 이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팬택은 26일 법정 관리인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명의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더는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법원은 팬택의 청산가치(1,505억원)가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계속가치(1,114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어떻게든 회생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팬택은 법정 관리를 끝내고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앞으로 약 2주 동안 팬택 채권단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구한 뒤 법정 관리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팬택의 신청대로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법원에서 바로 파산을 선고하고 주요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나눠준다. 팬택은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2,700억원에 이르는데 채권자들 몫을 분배하고 회사를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팬택이 살아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법정 관리가 끝나도 파산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팬택은 스스로 투자자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19일 법정 관리 절차에 들어간 이후 세 차례 공개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불발된 점에 미뤄볼 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팬택은 국내 ‘1세대 벤처 신화’로 불릴 만큼 상징적 의미가 크고, 협력사만 550곳이어서 파산할 경우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도 임금 삭감, 무급 휴직 등을 감내하고 “매각 시 100% 고용 승계 포기”까지 선언하며 회생을 기다려왔다. 팬택 측은 “주주, 채권단,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 드린다”며 “팬택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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