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가 정상화 계획 이행
부채감축 121% 달성
본사 이전한 공기업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공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방만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금까지 많은 혜택을 받아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부를 창출하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급속히 추락했다.
올해 공기업들의 공통된 목표는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선 경영 정상화를 통해 방만경영 꼬리표를 떼어내고, 서비스 질 향상과 사회공헌 등으로 국민에게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되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공기업들이 여느 때보다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같은 신뢰 회복 활동이 올해 본 궤도에 올라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할 것으로 많은 공기업들이 기대하고 있다.
신뢰 회복 활동의 중심축은 경영 정상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체 302개 공공기관 중 290개 기관(96%)이 앞서 정부에 제출한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행했고, 부채 감축은 목표인 20조1,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을 초과 달성(121.3%)했다. 덕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7개 공기업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부터는 공기업들의 경영 정상화가 실질적인 생산성 제고 대책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국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중복?과잉 기능을 줄이고 핵심 기능을 확대하며 성과 중심의 운영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성과가 나타나는 공기업 사업의 특성상 책임감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이기도 하다.
생산성 향상 성과는 이미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과 함께 ‘공공기관 개혁추진 점검회의’를 열어 각 사별로 수립한 생산성 향상 계획의 이행 상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3월까지 17개 에너지 공기업이 올해 생산성 기여액 목표인 9,616억원 중 2,359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기여액은 공정과 기술 혁신, 효율적 인력 운영, 연구개발 활성화 등을 통해 창출한 비용 절감 액수나 매출 창출 액수를 뜻한다.
금융 분야 공기업들은 경영 정상화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발적인 혁신도 추진하는 중이다. 경영 시스템을 체계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인사의 공정성을 높여 조직에 대대적인 혁신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부채 감축과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일부 금융 공기업에선 국가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는 다시 서민 금융 지원이나 체계적인 국가 자산 관리 등 양질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으로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인 공기업들은 지역 인재 채용 등 일자리 창출과 민간기업, 대학과의 협업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올해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산업부는 경남과 강원, 광주?전남, 경북, 충북 등 5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지역 산업육성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지역 기업의 성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가령 올해 경북혁신도시가 있는 김천시로 이전할 한국전력기술은 김천과학대와 함께 ‘발전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 컴퓨터설계(CAD) 전문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전문 기술인력 600여명을 양성하고 500여명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이 사업에는 지난해만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지원비 총 약 5억1,000만원이 투입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공기업들의 동반성장 지원 활동과 맥이 닿아 있다. 특히 농수산업이나 식품, 유통 분야 공기업들은 농수산물 수급 안정과 이력 관리, 전통시장이나 상인 마케팅 지원, 유통구조 합리화와 가격 안정 등을 통해 농어민이나 영세상인과의 동반성장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단순한 시장 관리가 아니라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측면에서 동반성장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이 같은 동반성장 성과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3월에 밝혔다.
안전 역시 공기업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내부 문서가 인터넷에 유출된 뒤 특히 에너지 공기업들은 보안 관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개혁을 하고 있다. 등 떠밀려 마지못해 추진하는 개혁이 아니라 위기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환경 분야 공기업들은 주요 임무인 친환경 강화나 안전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경복지 실현 방안까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환경복지 일환으로 우수한 환경인력을 육성하고 이들을 환경산업 일자리와 연결해주는 멘토 역할을 자임하는가 하면 공기 질이나 악취 관리, 폐기물 처리 등의 기술지원도 적극 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 들여 신뢰를 회복하더라도 직원 한두 사람의 잘못으로 여지 없이 무너질 수 있음을 공기업들은 지난 여러 비리 사건을 거치며 뼈저리게 경험했다. 애써 쌓아가고 있는 개혁 성과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기업들은 부정부패 척결과 철저한 복무기강도 확립할 계획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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