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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넘어 만리장성 넘어… 글로벌 경쟁력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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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넘어 만리장성 넘어… 글로벌 경쟁력 사수하라!

입력
2015.05.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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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산업 지형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우대정책에 힘입어 과거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이제 세계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엔화의 낮은 환율 덕에 예년과 다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시장 개척, 신기술 개발 등으로 넘을 방침이다. 그만큼 올해는 국내 기업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환경을 딛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한 해”라며 “그만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中ㆍ日 기업의 압박

무엇보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걸친 중국 기업들의 상승세가 무섭다. 대표적인 분야가 휴대폰이다.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내 토종 스마트폰 업체들은 지난해 현지 시장에서 32% 점유율로 29%에 그친 한국 업체들을 밀어냈다. 2011년 중국 토종 업체들의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7%였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철강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44%를 차지한 수입산 철강 제품 가운데 중국산 핫코일(41.2%)과 선재(47.9%), 컬러강판(40%) 등의 비중이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격만 쌌던 중국산 제품이 이제는 질까지 좋아져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 중소 조선사들도 중국업체들의 추격에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도 우리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여기에 엔저 훈풍까지 불어 실적 개선을 도왔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지난해 1,204억엔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2010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경쟁력이 약화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와 반도체, 스마트폰 등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한 결과다.

일본 전자업계 자존심으로 통하던 소니도 부진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6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1,400억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부진한 TV와 컴퓨터(PC) 사업을 정리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 부품으로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디지털 오디오 제품에 주력하며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8년 사상 최악인 7,800억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일본 히타치도 경쟁사에 밀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PC 등을 대거 정리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 올해 6,800억엔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올들어 계속 감소하는 수출 증가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 대비 -0.9%감소했다. 2월에는 -3.3%로 떨어졌고, 3월 -4.3%를 거쳐 4월 -8.1%까지 내려 앉았다.

월간 수출증가율의 연속 감소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현 추세라면 연간 수출증가율도 3년 만에 꺾일 가능성이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5월 마지막 주를 ‘수출 부진 타계 주간’으로 정하면서 수출 실적 회복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가 등 단기 하락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수출품에서 물량 부진도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과 산유국 성장 둔화, 환율 문제 등으로 올해 수출 경기를 이끄는 힘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 투자 늘리며 재도약 준비

국내 기업들은 어려운 대내외적 경제여건 속에서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과감한 투자로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자산 상위 30대 그룹은 투자규모를 전년 117조1,000억원 대비 17.1% 늘어난 136조4,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력 업종에 과감한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 개발에 필요한 연구ㆍ개발(R&D)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요 그룹별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평택 반도체 생산시설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설 증설 등에 20조원 이상 쏟아 부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에 10조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고 SK그룹은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영역 확장에 1조5,000억원, 파주 장문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1조5,00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롯데그룹도 아울렛과 마트 신규 건설에 연말까지 1조2,000억원, 맥주 1,2공장 신증설에 2018년까지 9,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LG그룹은 마곡 사이언스파크 건립에 2020년까지 4조원, 대우조선해양은 마곡 DSME 엔지니어링 센터 건립에 2017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두산그룹도 대형가스터빈과 배기규제 대응 엔진 개발 등에 연말까지 1조원 이상 쓸 방침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완화 정책과 경제체질 개선에 힘써 준다면 30대 그룹이 올해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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