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도 아니고 실직 비관 가능성도 낮아
경기 부천시 세자매 동반자살 사건과 관련, 세자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처음에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에 무게를 두다가 이후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자살 동기로 추정했지만 세자매 중 2명의 재직기록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외부에 의한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명확한 자살 동기를 밝히기 위해 금융거래내역, 휴대전화 통신기록 등을 수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세자매 가운데 A(33)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10년 넘게 일하다 올 2월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어린이집에서 월 16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세자매 중 B(31)씨와 C(29)씨는 뚜렷한 재직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당초 B씨는 최근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고 C씨는 올 2월 허리를 다쳐 어린이집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었다.
경찰 관계자는 “세자매의 어머니(62)는 세자매가 최근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재직기록을 확인해보니 A씨만 보육교사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C씨가 외부인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C씨는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C씨 시신에서는 손톱자국 등 반항흔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또 A씨와 B씨는 추락에 따른 다발성 손상에 의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C씨를 숨지게 한 뒤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는 목이 졸려 숨졌으나 잠을 자는 듯 반듯이 누운 채로 발견됐고 반항흔도 없었다”며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는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과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C씨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는 다음 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부천 원미구 역곡동 어머니 소유의 아파트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세자매는 25일 오전 4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B씨는 이 아파트 1층 주차장 바닥에서, C씨는 안방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세자매는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겼고 경찰은 필적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환경미화원으로 알려진 세자매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빚도 없고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