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금자 보호와 금융 안정의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통합’ 예금보험기구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권역을 아우르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1996년 설립된 예보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500여개 부실금융회사를 구조 조정한 실무 경험을 갖추었다. 인수합병과 자산ㆍ부채 이전, 청ㆍ파산 등 다양한 기법을 다루는 실력도 쌓았다.
최근에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나 가능했던 ‘금융거래 중단 없는 부실금융회사 정리’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올 초 골든브릿지저축은행의 영업을 중단하지 않고 정리함으로써, 예금자들이 불안감에 저축은행 앞에 긴 줄을 서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보는 또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수한 다양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30여개 정리 중 인수하게 된 개발부동산(PF)과 미술품, 골프장, 고가의 외제차량 등을 다양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관리ㆍ매각했다. 미술품이나 외제차량은 미디어데이 행사나 해외 경매를 활용하고, 골프장의 경우 운영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등 자산별로 맞춤형 매각전략을 세웠다. 해외 자산의 경우에는 현지 자문단을 구성해 관리해가며 성공적인 매각을 이끌었다.
이처럼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예보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 지난 2012년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로부터 ‘올해의 예금보험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IADI 정리 부문 소위원회 의장국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가는 중이다.
예보가 이제는 그 역할 범위를 한 차원 넓히려 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영건전성 정도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보험료 수준을 달리 적용하는 ‘차등보험료율제도’운영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이로써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경영건전성 제고 노력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과 공동검사 및 단독조사 기능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경영상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위기상황을 상정한 도상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각종 업무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대내외적인 위상도 공고화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실정리 및 자산매각ㆍ관리 전문기관으로서 발돋움하려 한다”며 “경험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하고 부실회사 정리 과정에서 제기된 이슈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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