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로 결재되는 공공정보
행자부 수수료 개정안 있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반영않고
종이 출력 매수 기준 등 부과
"실정에 맞지 않는 비용 개선을"
정부 문서가 대부분 전자문서로 결재되거나 전자파일 형태로 생성되고 있는데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전자파일 공개 수수료를 종이로 출력했을 때 매수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공공정보를 국민에게 적극 개방하는 ‘정부3.0’ 시대가 열리고 민간에선 공공정보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이 화두가 됐지만 지자체 인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는 올해 3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해 10월~2015년 2월 사이 월별 정보공개목록을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엑셀파일 5개를 제공하면서 45만7,750원을 수수료로 납부하라는 결정통지서를 보냈다. 월별 정보공개목록은 이미 부산시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되는 사전공표정보임에도 정식 요청을 거쳐 파일로 받아볼 경우 막대한 돈을 수수료로 내라고 한 것이다. 특히 파일 하나당 수수료는 9만원 꼴로, 이는 정보공개센터가 그나마 비영리 민간단체라 50% 감면된 금액이다. 일반인이 해당 목록을 청구했다면 91만5,500원을 내야 한다.
경남도도 지난해 6월~올 2월 사이의 월별 정보공개목록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센터의 청구에 절반이 감면된 10만원을 내라는 결정통지서를 발송했다.
지자체들이 전자파일을 공개하면서 이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 방침과 달리 하위 법령을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정보공개에 수반되는 비용은 실비(實費) 범위에서 청구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전자파일 공개 수수료에 관한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건당 1MB 이내는 무료이고, 초과시 1MB마다 100원을 받는 등 용량을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기존에는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 공개의 경우 전자파일 복제(복사ㆍ출력)를 적용해 수수료를 산정한다’는 별도 조항에 따라 전자파일도 종이로 출력했을 때 매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정보 전송은 종이 값이나 인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도 매수로 환산해 수수료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조례로 수수료를 규정하도록 위임받은 일부 지자체가 개정된 법 조항을 조례에 반영하지 않고 이전 부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개정된 시행규칙을 적용해 용량 단위로 수수료 납부 기준을 바꾼 지자체는 서울 강원 충북 대전 대구 광주 울산 등 7곳뿐이다.
나머지 10곳은 종이로 문서를 출력했을 때 A4용지 10매에 200~250원, 10매 초과시 5매당 100원의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전남ㆍ북 및 경북도, 세종시는 오디오와 비디오, 영화필름 등 비문서 형태의 전자파일에도 용량이 아닌 시간당 수수료(10분당 3,000원)를 책정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의 안일한 정보공개 수수료 체계는 결국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정부 3.0은 ‘공공정보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임에도 지자체들이 돈이 없으면 공개된 정보도 보지 말라며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지자체 등에 제도개선 권고를 했는데 아직 발을 맞추지 못한 곳이 있는 것 같다”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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