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마자 中 작가협회 서기
“중국의 시인들 중 시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순문학의 위기는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고, 시장이나 독자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25일 제9차 한중작가회의에서 만난 중국의 지디마자(54ㆍ吉狄馬加) 시인이 중국의 문학시장과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쓰촨성 남부 산악지역의 이족(?族) 출신 시인으로 중국작가협회 서기 겸 부주석을 맡고 있다. 중국작가협회는 시학회, 소설학회, 평론가학회 등을 산하에 둔 중국 최대의 문학기관이다.
지디마자씨는 중국의 문학시장에 대해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순수문학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좋게 보면 문학을 감상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를 읽는 인구는 언제나 소수이며 시인은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려는 생각보다 자기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시를 써야 한다”며 “중국 시인들에게 시를 쓴다는 건 매우 순수한 일로, 시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중국에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소수민족 문학이 중국문학의 세계 진출에 걸림돌이 아닌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소수민족 중 자신의 언어가 아닌 중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이들의 독특한 전통과 사유방식, 관심이 중국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 문학시장 안에서 작가들이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지디마자씨는 ‘다름’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의 환경 속에서 작가들이 동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늘의 시인과 소설가들은 세계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과 자신의 전통을 이어가는, 두 가지 사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두=황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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