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왜 이러나’ 차기 주지 선출 놓고 내홍
영축총림 통도사가 현 주지의 임기종료가 임박했는데도 차기 주지를 선출하지 못하는 등 선출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통도사 등에 따르면 절 내 최대 파벌인 ‘노천문도회’는 오는 27일 오후 2시에 제29대 주지 선출을 위해 불교신문에 지난 15일 ‘노천문도회소집공고’를 내고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후보자의 건’을 노천문도회 문장(門長) 초우 대종사 명의로 게재했다.
이에 대해 성파(통도사 전 주지)스님 등 통도사 노천문도회 일각에서는 “소집공고 광고는 아주 심각한 법적인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집공고는 소집권자에 관한 노천문도회 회칙위반이라는 것으로, 노천문도회 회칙 제5조 제1항과 2항 및 제6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8일 문도대표로 성파 대종사를 추대한 만큼 성파대종사가 소집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천문도회 회장인 성파대종사가 아닌 노천문도회 문장인 초우대종사가 소집공고를 낸 것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초우 대종사는 심신이 매우 미약한 상태이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공고에 반발하는 통도사 관계자들은 “초우 대종사는 울산 모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노환과 각종 질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깊은 초우대종사가 노천문도회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소집공고에 따라 27일 일부 스님들로 구성된 노천문도회에서 결정한 주지후보를 원명대종사(방장스님)께서 만일 지명한다면 이는 위법한 절차로 열린 노천문도회 회의결과를 인정하는 것으로, 추후 적법한 주지로 인정하지 않는 스님들과 신도들에 의해 법정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가장 슬기로운 해법은 방장스님이 종헌과 종법에 따라 통도사 주지를 직접 추천해 총무원에 품신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고게재 측인 노천문도회 총무를 맡고 있는 오심스님(울산 월봉사 주지)은 26일 “신임 주지의 임기가 내달 1일 새로 시작해 이날 어떤 형식이든지 후보자를 문도회 이름으로 선정해 방장 스님께 천거할 것”이라고 밝혀 충돌우려까지 낳고 있다.
한편 노천문도회가 자체적으로 차기 주지를 후보자로 천거하겠다는 것은 통도사의 오랜 불문율 때문이다.
양대 문중인 극락(경봉)문도회와 노천(월하)문도회가 번갈아가며 주지를 배출해왔는데 현
주지는 극락문도회에서 배출한 것이다.
두 문중은 한국 근대 불교의 거목인 경봉(鏡峰) 스님과 월하(月下·호 노천) 스님의 계보를 잇고 있는 통도사의 양대 계파다. 한편 통도사 신임 주지의 임기는 내달 1일부터이어서 새 주지임명을 둘러싼 내홍이 장기화될 경우 새 주지의 임기 시작일이 늦춰질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힘든 형편이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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