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재활용 등 획기적 기술 개발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수
인수합병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도
유통업계는 고객 만족 주력
관광객 사로잡고 내수경기에 활력
세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떨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다. 여기 맞춰 기업들은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과 기술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이를 위해 업종별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을뚫기 위해 압도적 기술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창조적인 서비스정신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환율 문제 등이 겹쳐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정보기술(IT)업체들은 첨단기술에 서비스 마인드를 접목한 융합형 제품으로 신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기술을 앞세운 제조업계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현대중공업을 들 수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선 증발가스를 100% 재액화해 연료로 활용한 최첨단 가스처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운송 중 자연 기화돼 사라지는 LNG의 낭비를 막고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다. 이 업체는 초대형 LNG운반선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연비절감 효과가 생겨 불황 속에서도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은 규제 장벽을 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측하고 독일 엔진제조사 만디젤과 함께 2008년부터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로 구동하는 선박을 연구한 끝에 2013년 상용화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LNG선 35척을 수주했다. 개별 업체가 한 해에 LNG선을 30척 넘게 수주한 건 업계 첫 기록이다.
철강업계도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라는 악재를 뚫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으로 고품질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자동차 전문 제철소로 발돋움했다. 동국제강은 1월부터 컬러강판 등 표면처리강판 전문기업인 유니온스틸을 흡수해 기존 열연 철강제품에서 냉연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 타이어업계, 물류업계도 대규모 선행투자와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00년 르노에 인수된 이후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경영상황을 ‘르노삼성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극복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SM3 엔진의 국산화율을 80% 가까이 높이고, 판매지점과 전용 서비스센터를 늘려 고객 접근성 및 만족도를 향상시킨 결과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슈퍼카 브랜드인 포르쉐에 국내 타이어 기업 최초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시작하는 등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27곳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도입, 신규노선 취항, 무인항공기 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1년 동북아시아 항공사 중 최초로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여객기 A380을 도입한 대한항공은 2017년까지 총 7조2,500억원을 투자해 보잉사의 초대형 여객기 B747-8i와 ‘꿈의 여객기’라 불리는 B787-9 등 신규 항공기 54대를 도입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량 처리에 집중했던 현대글로비스도 ‘글로벌 3자 물류사업 확대’ ‘글로벌 해상운송 강화’ ‘신흥시장 발굴’ 등 3대 전략을 통한 글로벌 종합 물류유통기업 도약을 올해 비전으로 설정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적극적 사업확장으로 지난해 매출 13조9,220억원, 영업이익 6,44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해온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사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7월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부문과 만나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2000년에는 배터리사업에 진출해 사업 시작 10년 만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세계 대형 액정화면(LCD) 시장에서 22분기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에는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웨이가 지난 1월 ‘코웨이 아이오케어(IoCare)’를 선포하고 환경가전업계의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는 등 가전업계도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품질 실용가전 전문회사를 표방한 동부대우전자 역시 해외매출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백색가전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는 선진 유통기법 도입으로 침체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넣고 있다. 이마트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최대 9단계에 이르는 축산물 유통 구조를 4단계로 줄인 미트센터와 대규모 비축ㆍ저장 능력을 통해 식탁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후레쉬센터를 만들었다. 롯데마트는 ‘고객에게 생활을 제안할 수 있는 매장을 조성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취지로 ‘롯데마트 혁신 3.0’ 전략을 도입해 대대적으로 점포구조를 혁신했다. 홈플러스는 올 한해 기존 강점을 더욱 살리는 ‘효율경영’,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대처하는 ‘미래경영’, 근무 현장에서 동료와 고객 모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펀경영’ 등 세 가지 경영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F3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