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60년 헌정공연 '먼 그대'
각색ㆍ연출ㆍ배우로 1인 3역
산울림극장 개관 30주년도 기념
“임영웅 선생님이 연극의 길을 걸어온 60년과 제가 걸어온 40년, 그 100년의 시간을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연극배우 윤석화가 임영웅의 연출 60년, 산울림극장 개관 30년을 기념하는 헌정 공연 ‘먼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한동안 공연 제작과 연출에 힘을 쏟아오다 5년 만에 배우로 복귀하는 윤씨가 각색과 연출까지 1인 3역을 도맡았다.
26일 서울 신촌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난 윤석화는 “임영웅 선생님께, 또 관객들께 배운 것들을 모아서 헌정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일 뿐”이라고 말했다. “1988년 연극 ‘하나를 위한 이중주’로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는데, 엄격하고 무서운 호랑이 같은 분으로 기억해요. 많은 작품을 거치며 저한테는 귀한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 되셨죠. 하루에 낮, 밤 2회 공연을 할 때면 힘내라고 빈대떡이랑 고기 구워 주시던 게 생각나네요.”
함께 자리한 임영웅 연출가는 “윤석화는 감각이 아주 예리하고 작품 해석에 또 남다른 감을 갖고 있다. 또 이런 감각을 무대 위에서 소화하는 훌륭한 연기자”라며 “이번 공연은 연출까지 겸해 방해가 될까 봐 연습장에 가지 않았다. 객석에 앉아 관객의 한 사람으로 공연을 볼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음달 18일부터 산울림소극장에서 초연되는 이 공연은 1983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서영은의 단편소설 ‘먼 그대’를 각색한 작품이다. 윤석화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는 10년 경력의 말단사원 문자를 연기한다. 유부남 한수를 만나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부터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 고통스러운 구도의 길을 걷는 역할이다.
윤석화는 “문자와 한수는 남녀관계로 설정됐지만, 작품을 읽을수록 한수에 대한 문자의 사랑이 사실은 자신이 선택한 최고의 가치에 조건 없는 사랑을 바치는 것, 그럼으로써 나다운 것을 지켜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자의 사랑이, 저와 임영웅 연출에게는 연극에 대한 사랑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상징성이 큰 작품을 윤석화는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각색했다. 1989년 ‘목소리’를 시작으로 윤석화의 대표작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비운의 정순왕후 삶을 그린 ‘영영 이별 영이별’까지 모노드라마를 함께 만든 임영웅 연출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날 프롤로그 시연에서 윤석화는 나장균의 더블베이스 연주를 배경으로 문자가 수화로 자신을 소개하는 독특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작품은 단순화될수록 관객에게 어렵겠지만 원작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아주 자유로운, 이상한 형식의 작품이 나올 겁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가 그 동안 배운 것을 모두 선물한다는 생각이에요.”
자신이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윤석화는 가을에는 이를 기념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그는 “제 연극 인생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품 하나를 11월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02)334-5915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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