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학원 강사를 하던 여성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며 스토킹했고, 여성은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로 출국했다. 남성은 지속적으로 이 여성을 스토킹하다 여성이 잠깐 한국에 돌아온 사이 그녀를 살해했다. 일방적 짝사랑이 초래한 비극적 결말이다.
스토킹(stalking)은 ‘몰래 추적하다’란 뜻의 동사인 ‘stalk’에서 파생된 용어로,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과거 스토킹은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발생했다.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상대를 스토킹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글을 남기거나 만남을 강요하는 것이다.
스토킹은 현행법 하에서도 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범죄 처벌법은 스토킹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인 ‘지속적인 접근을 통한 괴롭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즉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범죄 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된다. 처벌 수준이 낮다 보니 가해자의 재범의지를 꺾기 힘들다. 실제로 스토킹 행위로 신고돼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재차 스토킹에 나서는 가해자도 있다. 나아가 스토킹 행위로 처벌 받은 후 교묘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하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가만히 지켜보거나 전화를 건 후 한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 스토커도 있다. 현행법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스토킹이 폭행이나 납치ㆍ강간ㆍ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3년 한 스토커는 짝사랑하던 선생님을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했다. 이 스토커는 피해자의 주변을 수년 동안 맴돌다 피해자가 결혼하려 하자 격분해 살인에 이르렀다. 스토킹이 구애 과정의 일부가 아닌 중범죄의 전 단계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개별적인 스토킹 행위가 다른 범죄와 연관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다른 법률로 중하게 처벌될 수는 있다. 예컨대 반복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전송하면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실제 범죄에 이르지 않더라도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스토킹 규제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고, 제19대 국회에서도 스토커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등을 규정한 ‘형법 개정안’ 및 스토킹 범죄를 별도로 규율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발의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개정안 또는 특례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 동안 매 회기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배우 레베카 셰퍼가 스토커에게 살해된 이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스토킹 행위를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유죄 선고를 받은 범인의 DNA를 보관하는 주도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경우 가중된 수준의 심각한 스토킹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스토킹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일 경우 사적인 연애 등 사법체계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사항들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스토킹은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고의적인 범죄로서 살인, 납치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 행위에 대한 관련 법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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