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4국
백 백홍석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0 1로 막혀서 상변 백돌이 고스란히 잡히는 순간 사실상 바둑이 끝났다. 백이 패배를 인정하고 바로 돌을 거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백홍석이 아쉬운 마음에 일단 2로 나가 봤지만 이세돌이 재빨리 3, 5를 선수한 다음 7로 막아 버리자 이제는 아래쪽 백 대마까지 위험해졌다.
10 때 11은 사실 불필요한 수다. 그래도 이세돌이 굳이 이 부근에 한 수 더 둔 것은 상대에게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완곡한 항복 권유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현역 해군 상병 신분이었던 백홍석은 전혀 돌을 거둘 생각이 없는 듯 불굴의 투혼으로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 12로 패를 걸어간 게 마지막 승부수다. 그러나 이세돌이 13부터 16까지 간명하게 바꿔치기를 한 다음 참고도 1로 단수 치자 다시 백 대마 전체가 위험해졌다.
백은 이 패를 꼭 이겨야 하지만 흑은 딴 데서 조금만 이득을 보면 된다. 이후 한참동안 치열한 패싸움이 벌어졌지만 결국 이세돌이 43으로 패감을 쓰자 백홍석이 더 버티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5 11 17 … ▲, 8 14 42 … 2, 22 28 34 40 … △, 25 31 37 … 19) 전기 준우승자 이세돌이 막차로 4강에 합류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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