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눈물은 특별한 여운을 준다. 30년 간 한결같이 마이크를 쥐었던 사람이 무대 위에서 흘린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보컬의 신'이라 불리는 이승철이 지난 23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냈다. 겉모습부터 평소와 달랐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얼굴은 주름살이 가득했다. 30년 후의 이승철로 분장하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부르던 중이었다. 살며시 주르륵 흐르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멈춰질 정도의 울음이었다.
녹화 다음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철은 "시작할 때엔 몰랐는데 감정을 잡고 부르니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엄청났다"고 당시 무대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3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노래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먼저 떠난 어머니, (신)해철이도 생각났다"며 "나도 그 때쯤 여든 살인데 지금 상상한 것처럼 진짜 턱시도를 입고 노래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 그래서 눈물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승철은 유독 곁을 지켜주던 이들과 작별을 해야했다. 미국 공연 도중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한 달여 뒤에 오랜 동료 신해철을 잃었다. 정규 12집 앨범에 담긴 '마더'라는 곡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신예 김유신 작곡가와 함께 작사·작곡했다.
이승철은 "2년 반 전부터 준비했던 노래인데 이제야 완성했다"며 "결혼하면 자신의 이름이 없어지고 누구의 엄마로 살지 않나. 그 마음을 쓴 곡"이라고 했다.
◆ 아내 몰래 1억 2,000만원 피아노 구입
이번 앨범을 위해 목숨(?)을 건 일화도 있다. 이승철표 팝 발라드를 재현한 수록곡 '비 오는 거리에서' 흘러 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보통 녀석이 아니다. 1877년산 스타인웨인 피아노다. 이승철은 아내 몰래 1억 2,000만원을 들여 그 녀석을 품에 안았다.
이승철은 "녹음을 하다가 피아노 소리가 도저히 마음에 안들었다. 그런데 그 피아노를 치는 순간 정말 어마어마했다. 내가 원하는 소리였고 우격다짐으로 샀다. 아내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눈치만 살폈다"고 털어놨다.
피아노뿐 아니다. 이승철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불러 모아 이번 앨범의 사운드를 맡겼다. 머라이어 캐리·마이클 잭슨 등과 작업했던 스티브 핫지, 아델과 에이미와인하우스 등과 작업했던 댄 패리, 레이디가가·비욘세의 앨범을 책임졌던 토니 마세라티가 마스터링에 참여했다. 녹음 엔지니어 비용만 약 8,000만원이 사용됐다.
이승철은 "사람의 마음에 와닿는 노래, 감성에 신경을 썼고 세계적인 기술력이 필요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곧 "가정의 평화를 생각하면 이번이 마지막 앨범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승철이 시간과 물량을 아낌 없이 쏟아낸 12집 '시간 참 빠르다'는 26일 발매되며, 같은날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에서 대규모 야외 쇼케이스를 열고 데뷔 30주년을 기념한다. 또 6월 미국, 7월 중국, 8월 광복절 공연, 9월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등 잇따라 큰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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