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5호, 북한 감시 外 여력 없어
최근 도심 곳곳에서 ‘싱크홀’로 불리는 땅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를 탐지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인공위성의 영상레이더(SAR) 장비를 탑재한 싱크홀 위험 예측 기술을 국내에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 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싱크홀 위험에 대비해 SAR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SAR은 위성이 쏜 레이더 신호가 지표에 닿을 때까지 거리를 측정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면서 지반이 내려앉고 있는지 포착하는 방법이다. 김상완 세종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SAR은 넓은 지역을 주기적으로 촬영해 기계가 찾아내지 못한 ㎜ 수준의 미세한 지반 변화도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SAR을 싱크홀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2년 루이지애나주 영상을 분석해 싱크홀 발생 한달 전에 지반 침하 조짐을 포착했고, 독일에선 란다우 지열발전소 주변 영상에서 싱크홀 현상을 발견하고 지난해 3월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켰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싱크홀 탐지에 한계가 있는 지면투과레이더(GPR) 방식을 사용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이 도심 싱크홀 탐지에 쓰는 GPR 기법은 전자기파를 땅 속으로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싱크홀이 있는지 없는지 추측한다. 땅을 직접 뚫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포장 도로나 교통량이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장비를 차량이나 수레에 일일이 싣고 다니며 측정해야 해 연속 탐지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이 방식으로 싱크홀 탐지를 시작한 일본에서도 적중률이 최대 86% 정도다.
따라서 과학계에서는 GPR과 SAR 기술을 상호보완하면 싱크홀 탐지와 예측이 좀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AR 관련 장비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5호에 SAR이 탑재됐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감시 등 군사 목적에 주로 사용하느라 싱크홀 탐지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아리랑 5호가 북한 촬영에 주력하는 동안 우리나라 SAR 영상을 엉뚱하게 외국 위성들이 찍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 위성이 서울을 주기적으로 찍으며 많으면 수십장이 필요한 영상을 한 장 당 약 500만원에 판매한다”며 “효과적 싱크홀 대비를 위해 우리 위성 영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AR를 활용한 싱크홀 대비 기술은 지난 14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심포지엄에서도 소개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