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장기투자'는 이제 옛말
큰 욕심 안 부리고 단기 투자
사는 사람은 "떨어지지만 않으면"
파는 사람은 "예금금리+α만"
매입 2~4년 후 투자금 회수 유행
오피스텔보다 소형 아파트 선호
#. 최근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A아파트 전용면적 85㎡에 당첨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분양권 전매제한(6개월)이 풀리면 이 아파트를 팔 계획이다. 김씨는 “분양가가 약 7억원 정도 하는데 팔 때 내는 세금, 중개보수 등을 빼고 2,000만원 정도 남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사업가 정모씨는 3년 전 동작구에서 분양 받아 전세를 냈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최근 팔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을 내놔 봤자 팔리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행렬이 이어지자 이 기회에 집을 처분한 것이다. 시세차익은 5,000만원 정도 봤다. 정씨는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한 달도 안돼 팔렸다”며 “소형 면적인데다 새집이라 빨리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집은 중형은 돼야 잘 팔리고, 묵혀 둬야 큰돈 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치솟는 임대료에 지친 전세 난민들이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면서 이들을 상대하는 투자자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 극심한 전세난, 그리고 이에 따른 실수요자 증가가 새로운 부동산 투자 풍속도를 만드는 중이다.
1. 수익률 목표는 은행금리 + α
은행 예금금리 1% 시대를 맞이하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분기에만 11조6,000억원이 급증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부동산 투기로 대박을 꿈꾸는 건 아니다. ‘예금금리+α(알파)’만 건지면 만족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매매 거래가 활발하지만 4월 기준(KB국민은행)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집값이 1년 전보다 각각 1.93%, 2.65%밖에 안 오른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금 시장은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위주라 사는 입장에선 ‘떨어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이고, 파는 입장에선 ‘비싸게 내놓았다가 안 팔리는 것보단 수요가 있을 때 세금과 거래수수료를 제하고 예금 금리보다만 높은 가격에 팔자’는 식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2. 장기 보유보단 단기 투자로
그러다 보니 부동산은 오래 묵힐수록 돈이 된다는 얘기도 요즘은 통하지 않는다. 최근엔 세입자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2~4년 후 투자금 회수가 됐다 싶으면 바로 파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또 요즘같이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때에는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를 찾아 분양을 받고 웃돈이 조금이라도 붙으면 분양권을 팔기도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과 조합원 입주권은 총 779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미 지난해 5월 거래량(346건)을 넘어선 것은 물론 이전 최대치였던 지난달의 거래량(675건)도 뛰어넘었다. 양지영 실장은 “지금의 투자자들은 과거 집을 내놓고 수년간 못 판 경험,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고통 등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며 “따라서 실수요자 중심 시장이란 걸 깨닫고 지금은 매수자가 나타날 때 지체 없이 거래하려 하는 등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3. 소형 아파트가 수익형 부동산 대세
수익형 부동산의 범위도 넓어졌다. 전통적인 투자처인 오피스텔과 상가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임대 수익 상품으로 여기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 서비스업체 센추리21코리아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소형 아파트일수록 월세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올해 1분기 소형(전용60㎡이하)의 월세 거래는 10건 중 4건(38.2%)이었던 반면 대형(135㎡초과)은 2건(20.3%)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소형 아파트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공실 위험이 있는 오피스텔과 관리가 까다로운 상가보다 1인 가구를 비롯해 신혼부부, 노부부, 3~4인 가족 등 수요층이 두텁고 환금성도 좋은 전용면적 60㎡이하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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