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아파트 12층서 언니 둘 투신
방에서 발견된 막내는 목 조임 흔적
경찰 "타살 여부도 조사" 부검 방침
셋 중 둘은 최근에 다니던 직장 잃어
"풍족하지 않았지만 큰 부채 없어"
살던 아파트는 어머니 명의 自家
지난 13일 부산에서 사업실패 때문에 아파트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산층 일가족 5명의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경기 부천에서 세 자매가 각각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자매 중 2명은 최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실직에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쯤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에 살던 세 자매 중 A(33)씨와 B(31)씨가 이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다. 경비원은 “‘쿵’ 소리가 나 확인해보니 여성 두 명이 쓰러져 있어 곧바로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같은 시각 막내 C(29)씨는 이들의 12층 집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12층 베란다에서 투신해 숨지고, C씨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C씨의 시신 목 부위에서 조임을 당한 흔적이 발견돼 경찰은 타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세 자매는 각자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으며, 필체도 모두 이들 자매의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침입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혼인 세 자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D(62)씨와 함께 지내왔다. 위로 언니 2명은 결혼해 출가한 상태다. 어머니 D씨는 전날 오후 11시쯤 귀가해 TV를 보는 A씨와 B씨, 잠자는 C씨를 확인한 뒤 잠자리에 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는 게 힘들다’는 유서 내용을 토대로 이들 자매들의 죽음이 최근 직장에서 실직한 것과 연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들 중 B씨를 제외한 A, C씨는 최근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다가 최근 수개월 사이 차례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며 실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B씨는 간호조무사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실업급여 수급 여부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세 자매가 살던 어머니 D씨 명의의 아파트(76㎡형)는 시세가 2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D씨는 특별한 부채도 없으며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도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D씨는 경찰에서 “풍족한 형편은 아니지만 빚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딸들이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절대 빈곤 상태는 아니었지만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 실직으로 긴급복지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갑작스런 실직 문제와 관련해 “실업급여 수령기간이 끝날 때까지 취업을 못할 경우 실업부조를 통해 일정기간 다시 지원해주는 등의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 자매의 이성문제나 가정불화 등에서 특별한 내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사건 발생 당시 이들의 음주여부 등은 부검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과 주민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이들 자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할 방침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