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정비사업관리 맡거나
건설사·조합 공동시행 때로 한정
"공공기관 업무부담 커 비현실적"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9ㆍ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공공관리제’ 개선안이 한 걸음 후퇴한다. 당초 개선안은 정비사업 추진 시 땅 주인이 절반 넘게 동의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시행인가 전에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제한적인 경우에만 실시토록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2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재건축ㆍ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하려면 ▦공공기관이 정비사업관리업자를 맡거나 ▦건설사가 조합과 공동시행자로 참여한 때로 제한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 내놓을 계획이다. 재개발에 대한 조합의 전문성 부족 및 이로 인한 건설사와의 유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시ㆍ군ㆍ구청장이 위원회 구성, 설계ㆍ시공자 선정 등 과정 전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공공관리제’의 도입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공공관리제는 현재 서울과 부산이 조례를 통해 지역 내 정비사업에 모두 의무적용하고 있으며, 이중 국내 최대 재건축 시장인 서울시만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유일하게 못 박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관련 공공기관이 정비관리 주체로 나설 경우 현행 시ㆍ군ㆍ구청장 지원 체제 보다 조합의 전문성과 사업의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에 관여할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 오히려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지자체가 시행자 선정 이후 이주ㆍ철거 단계에서는 발을 빼는 관행이 커 조합의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등을 감안해 사업비를 무리하게 책정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여당의 우려와 사업성 확보를 원하는 조합의 의견을 절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을 두고 일각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만 600여개에 달하는 재건축 사업지가 있는데, 그 중 절반만 관리사업자로 공공기관을 정한다 해도 300여개에 달한다”며 “각 기관의 자체 업무부담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무리한 규모다”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현재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손익은 조합이 부담하고 건설사들은 정해진 공사비만 받는 도급제 방식을 선호해 과연 건설사들이 공동시행자로 뛰어들지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일보 후퇴한 안을 내놨지만 기대하는 효과를 보기 보다는 서울시와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9ㆍ1대책 중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핵심인 ‘재건축 연한 완화’가 곧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번 개정안은 곁다리 조치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공공관리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서울시와 마찰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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