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의 전설 이왕표 눈물의 은퇴식
“은퇴 경기에 직접 나서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전설’은 끝내 눈물을 비쳤다. 40년 레슬링 인생을 접고 사각의 링과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프로 레슬링의 ‘영원한 챔피언’ 이왕표(61)가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선수 은퇴식을 했다. 이날 경기장에 모인 2,000여 명의 팬들은 “이왕표, 이왕표”를 연이어 외쳤고,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배우 독고영재,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 만화가 이현세씨 등 각계각층에서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왕표는 40년 전인 1975년 ‘박치기왕’이었던 김일 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데뷔했다. 1980년대 들어 프로레슬링이 내리막길을 걸을 때에도 그는 링을 지켰다. 2000년에는 세계프로레슬링협회(WWA) 챔피언을 획득하는 등 총 7차례 챔피언 자리에도 올랐다. 그는 은퇴와 함께 자신이 보유한 WWA 헤비급 챔피언 벨트도 반납했다.
이왕표는 이날 “40년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여러분의 사랑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여러분 모두가 챔피언이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40년이라는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렀다”며 “오늘 은퇴 경기에 직접 나서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투병 중인 관계로…”라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13년 발병한 담도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세 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병마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왕표는 “40년 동안 받은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다”며 “저한테 보냈던 뜨거운 사랑을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보내달라. 한국 프로 레슬링의 앞날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은퇴식에 앞서 노지심, 홍상진, 김종왕, 김남훈 등 후배와 제자들이 그의 은퇴를 기념하는 경기를 펼쳤다. 은퇴식 후에는 그가 반납한 챔피언 벨트를 두고 밥샙(미국)과 레더페이서(캐나다)가 일전을 벌였다. 이왕표는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도 ‘이왕표 은퇴기념 포에버 챔피언’에서 다시 한번 은퇴식을 치른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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