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나 집까지 안전하게 픽업
피로 줄여주는 주택 개조사업 등
맞벌이 위한 아이디어 속출
맞벌이가구의 가사 및 육아부담은 전세계적인 숙제다. 선진국 중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낮은 편인 일본에서도 최근 맞벌이 부부의 생활 개선을 위해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도쿄 인근 수도권의 택시회사들이 평일 낮시간에 혼자 지내는 맞벌이 세대 자녀들을 학원에 안전하게 보내주는 픽업서비스의 등장이다.
도쿄 ‘일본교통’은 최근 ‘키즈택시’만을 담당하는 전문 운전기사를 현재의 34명에서 100명 선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택시는 소아구급 강습을 받은 전문운전기사가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원시설까지 아이를 책임지고 보내준다. 영업지역을 도쿄 23구에서 인근 미타카(三鷹)시, 무사노(武藏野)시 등으로 넓히고 있다. 승차장소나 어린이의 특징 등을 미리 상의하기 위해 하루 전까지 예약을 받는다. 니케이(日經)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에만 총 1,000건의 예약을 받았지만 감당할 운전기사가 부족해 600건만 처리했을 정도로 크게 수요가 늘고 있다. 사이타마(埼玉)현에서 5살 이상이 대상인 ‘해피택시’는 2013년 개업 당시 월 30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매달 70건선으로 급증할 만큼 성업 중이다.
부모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고액의 현금을 지니지 않아도 되도록 요금지불 시스템도 변화하고 있다. 여성운전사가 아이를 픽업하는 국제자동차의 ‘리라쿠시’ 택시는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꾸며진 전용차량을 보낸 뒤 어린이가 IC카드로 계산하는 구조다. 요코하마(橫濱)시에서 영업하는 아사히택시의 ‘육아택시 병아리코스’는 아예 후불제를 채택했다. 정기이용객이 많아 월 단위로 결제하며 4살 이상 어린이의 이름과 주소를 등록 받은 후 유치원의 승인을 받아 운행한다.
‘워킹맘’의 피로를 낮춰주기 위한 맞벌이 맞춤 주택 개조사업도 번성 중이다. 주택브랜드 아큐라홈이 내놓은 2009년~2014년 주택변화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트랜드가 확산되면서 주택 안에서 주부가 걷는 설계상의 거리가 5년 전에 비해 22% 짧아졌다. 부엌에서 세탁기 등이 놓여있는 화장실까지의 거리가 평균 5.72m에서 4.47m로 가까워진 것이다. 일본여성의 평균 보폭 등을 산출해 종합한 결과 연간 73㎞의 보행거리가 단축됐다. 맞벌이 맞춤 설계의 핵심은 주방에서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요리하고, 거실 바로 앞에 계단을 배치해 아이들의 출입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맞벌이가구 증가로 가족과의 대면기회를 배려하려는 게 건축업계의 흐름이다.
이처럼 맞벌이 부부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남편에게 가사분담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우리나라 총리실 격인 관방부 공식 트위터에 자녀를 위해 동물 모양 등으로 꾸민 ‘캐릭터 도시락’만드는 법이 소개됐는데, 여성들의 성토장이 돼 버렸다. ‘여성응원 블로그’란 코너였지만 “어디가 여성 응원이냐”“도시락은 남성도 만들 수 있다”“단시간에 만들 수 있고 영양 밸런스가 좋은 식단이나 소개한 뒤 모양 꾸미기를 알려라” 등 불만이 쏟아진 것. 평소 이 트위터에는 댓글이 수십 건에 불과하지만, 문제의 게시물에는 이틀 만에 700건의 댓글이 붙었다.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거나, 예쁜 도시락 캐릭터가 오히려 아이를 외톨이로 만들 수도 있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왔다.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가사분담을 놓고 부부싸움도 늘고 있다. 급기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맞벌이부부가 명심해야 할 수칙’을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가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말을 꺼낸다 ▦남편과 아내 아이 모두 가족전체의 스케줄을 공유한다 등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특히 맞벌이부부에 육아는 감당하기 벅찬 숙제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한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 “사랑하고 있음을 실감한다”는 응답이 남편과 아내 모두 74%이던 게 출산 후 아이가 2살이 된 뒤의 조사에선 34%로 떨어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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