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안병훈(23)의 깜짝 등장에 국내 골프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대표팀과 인터내셔널팀이 벌이는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한국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 때문이다.
안병훈은 25일(한국시간) 끝난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1언더파로 유럽투어 대회 31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컷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난 이번 대회에서 안병훈은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서 전반에만 버디 2개를 골라내 같은 조에서 우승을 경쟁하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를 앞서기 시작했다. 통차이 짜이디(태국ㆍ15언더파ㆍ공동 2위)가 1타 차로 압박하기도 했으나 안병훈은 15번홀(파4)과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6타 차로 달아났다.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비유럽권(아시아, 호주) 선수들로 구성된다. 세계랭킹순으로 10명이 추려지지만, 2명은 닉 프라이스 단장의 추전으로 출전하게 된다.
프라이스 단장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병훈이 우승한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는 안병훈에 대해 "굉장히 인상적인 젊은 선수다. 큰 대회의 중압감을 이겨냈으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태도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스 단장은 "다가올 메이저 대회들에서 특히 주의 깊게 지켜볼 생각이다. 10월 프레지던츠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에게도 무척 특별한 일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향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안병훈이 한국 대표로 프레지던츠컵에 참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안병훈은 투어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해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고 마치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처음부터 긴장하기는 했지만 샷 감각이나 퍼트 감이 좋아 자신이 있었다.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아시아 선수라는 데에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럽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세계 골프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그가 프레지던츠컵은 물론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9년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한 차례 내비친 바 있는 안병훈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딸 경우 그의 가족은 '올림픽 로얄 패밀리'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 안병훈.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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