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한 외국 신용카드 정보로 물건을 구입해 되팔고, 불법으로 경마중계까지 해주며 수십억원대 수익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사들여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결제한 다음 싼 가격에 되파는 수법으로 1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정모(41)씨 등 8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미국ㆍ캐나다인들의 신용카드 정보를 불법 해외 신용카드 거래 사이트에서 건당 10~30달러에 구매했다. 이들은 이 신용카드 정보로 한국조폐공사와 우체국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금과 홍삼 등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20~30%가량 저렴하게 소매업자에게 팔아 넘겼다.
이들은 국내에서 해외 신용카드를 이용할 경우 외환은행과 해외은행 등을 거쳐 결제내역이 카드 명의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했다. 국내 쇼핑몰의 경우 해외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이 많지 않아 해당 결제를 지원하는 조폐공사와 우체국 쇼핑몰이 타깃이 됐다.
정씨 등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사설 경마ㆍ경정ㆍ경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83억6,000만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마사회 등이 송출하고 있는 실시간 경기중계를 몰래 가져와 불법 제공하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피해사실을 접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한국 지점에 이를 알렸고, 2013년 2월 한국 지점 종업원이 국민 신문고에 글을 올리면서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지만 14일 공개수배자 포스터를 본 시민의 제보로 총책 정씨가 검거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한 사업장 관리책 등 2명을 추적 수사 중”이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근까지도 동일한 수법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에 비추어 오랜 기간 더 많은 범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밝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