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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핑퐁부부 아들, 유럽 골프 깜짝 스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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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핑퐁부부 아들, 유럽 골프 깜짝 스타로

입력
2015.05.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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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24)이 25일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에서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안병훈은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ㆍ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2위를 6타 차로 제쳤다.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잉글랜드)=AP연합뉴스
안병훈(24)이 25일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에서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안병훈은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ㆍ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2위를 6타 차로 제쳤다.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잉글랜드)=AP연합뉴스

안재형ㆍ자오즈민 커플의 '작은 공' DNA 물려받아

건장한 체격에 장타력 일품, 안재형 한때 '캐디 대디' 역할

US아마 대회 최연소 우승, 세계랭킹 54위로 도약

‘스포츠인 2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차범근-차두리(축구), 허재-허웅(농구)은 스포츠계에서 유명한 부자(父子)다. 골프계에도 ‘스포츠인 2세’ 바람이 휘몰아쳤다. 주인공은 안재형(50)-안병훈(24) 부자다. 안재형은 서울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탁구 스타 출신이다. 이들 부자는 지름 4cm대의 작은 공을 갖고 스타가 됐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어머니 자오즈민 또한 서울올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란 점에서 안병훈은 더욱 도드라지는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다.

안병훈은 25일 유럽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 BMW PGA챔피언십(우승상금 94만 달러ㆍ10억2,000만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ㆍ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5개를 기록하며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안병훈은 2위를 6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데뷔 5년 만에 정규투어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껑충 뛰어올랐다. 안병훈은 이날 경신된 세계랭킹에서 2.40점을 받아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도약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아들의 경기 장면을 뜬눈으로 지켜본 아버지는 “(안)병훈이에게 간단한 축하 전화만 했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안재형은 한때 아들의 캐디를 자처했다. 아들이나 딸의 캐디 생활을 하는 ‘골프 대디’들은 많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김보경(28)의 아버지 김정원씨도 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안재형의 경우 아들의 성적에 함께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있어 캐디 생활을 그만뒀다고 했다. 때로 냉정한 조언을 건네야 하는 캐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안병훈은 일곱 살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2005년 12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병훈은 키 186cm에 몸무게 96kg으로 부족함이 없는 체격이다. 하지만 부모처럼 탁구를 하기에는 순발력과 스피드에서 상대 선수에 밀렸다.

그러나 골프를 할 때는 건장한 체격의 덕을 봤다. 강건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은 일품이다. 이번 시즌 유럽투어에서 그의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304.9야드에 이른다. 이 부문에서 안병훈은 전체 206명 중 13위에 올라 있다.

안병훈의 부모는 탁구스타 출신 안재형(오른쪽)과 중국에서 시집온 자오즈민(왼쪽)이다. 사진은 2009년 9월 8일 US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17세 11개월)을 세우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병훈이 부모와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병훈의 부모는 탁구스타 출신 안재형(오른쪽)과 중국에서 시집온 자오즈민(왼쪽)이다. 사진은 2009년 9월 8일 US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17세 11개월)을 세우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병훈이 부모와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병훈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린 무대는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이다. 그는 역대 최연소 만 17세 11개월로 정상에 오른 뒤 2010년 UC버클리에 진학했다. 이어 1년 만에 프로로 전향했다. 2012년부터는 한동안 유럽 2부 투어 생활을 했다. 안병훈은 지난해 8월 2부 대회인 롤렉스 트로피에서 정상에 서며 올해부터 1부 투어에 본격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유럽투어 상금과 평균 타수 부문에서 모두 3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안병훈의 깜짝 등장에 국내 골프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월 미국대표팀과 인터내셔널팀이 벌이는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한국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팀은 비유럽권(아시아, 호주) 선수들로 구성된다. 세계 랭킹순으로 10명이 추려지지만, 2명은 닉 프라이스 단장의 추전으로 출전하게 된다. 안병훈은 이번 우승으로 인터내셔널팀 랭킹을 지난주 38위에서 9위로 끌어올렸다.

프라이스 단장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병훈은)굉장히 인상적인 젊은 선수다. 큰 대회의 중압감을 이겨냈으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태도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단장은 또 “프레지던츠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에게도 무척 특별한 일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병훈은 투어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럽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세계 골프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그가 프레지던츠컵은 물론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병훈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딸 경우 그의 가족은 ‘올림픽 로얄 패밀리’로 거듭나게 된다.

박종민기자 mi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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