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영화 '디판'에 황금종려상
한국 작품은 수상작 배출 못해
이변은 아니었으나 조금은 예상 밖이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이 강하게 점쳐지던 수작 대신 칸의 입맛에 맞는 작품이 최고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남부휴양 도시 칸에서 개최된 제68회 칸국제영화제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영화 ‘디판’(감독 자크 오디아르)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막을 내렸다.
영화제 막판까지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는 미국영화 ‘캐롤’(감독 토드 헤인스)과 대만영화 ‘섭은낭’(감독 허우샤오시엔)이었으나 승자는 결국 ‘디판’이었다. 미국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와 영국 영화주간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은 ‘디판’의 수상에 언론과 평단이 다소 놀랐다고 전했다. 경쟁부문 공동심사위원장인 미국의 형제 감독 조엘과 에단 코엔은 “심사위원 모두가 ‘디판’을 아름다운 영화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디판’의 수상으로 특정 감독 편애와 프랑스영화 우대라는 칸의 전통이 새삼 확인됐다는 평가다. 오디아르 감독은 2009년 ‘예언자’로 이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러스트 앤 본’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받았다. 오디아르는 “(2009년과 2012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 올해는 영화를 만들지 않아 감사하다”고 유머 섞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디아르 감독은 사회 현실을 장르적으로 풀어내온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 중진이다. ‘디판’은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 한 사나이가 두 여자를 가족으로 속여 프랑스로 망명한 뒤 펼쳐지는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전개한다. 미국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 사회 유색인종에 대한 영화의 최고상 수상은 여러모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황금종려상 이외 상들 대부분도 칸이 주목해온 감독이나 국가에 돌아갔다. ‘사울의 아들’(심사위원대상)은 2000년대 후반부터 칸이 눈길을 줘온 헝가리영화다. ‘로브스터’(심사위원상)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크로닉’(각본상)의 미셸 프랑코 감독은 전작 ‘송곳니’와 ‘애프터 루시아’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각각 차지한 적이 있다.
프랑스영화에 대한 편애는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 프랑스 배우 엠마누엘 베르코(‘몬 로이’)와 뱅상 랭동(‘한 사람에 대한 측정’)이 최우수여자배우상(‘캐롤’의 루니 마라 공동 수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각각 가져갔다. 올해 경쟁부문(19편)에 오른 프랑스영화 5편 중 3편이 상을 받았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감독상을, 콜롬비아 감독 케사르 아세도(‘랜드 앤 쉐이드’)는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경쟁부문에 오르지 못한 한국영화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무뢰한’ ‘마돈나’)과 황금카메라상 후보(‘오피스’의 홍원찬 감독,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에 이름만 올리고 수상하지 못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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