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공연
스타성과 실력 갖춘 차세대 거목
"명테너들 전성기와 지금 나이 비슷… 한국인의 클래식 사랑 뿌리 궁금"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46)이 한국에 온다. 전설적인 ‘3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잇는 현존 최고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그는 수려한 외모, 깊고 어두운 음색으로 스타성과 실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내달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첫 내한공연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 폰키엘리 오페라 ‘라조콘다’의 아리아 ‘하늘과 바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아리아 ‘꽃의 노래, 이 꽃을 당신이 던졌지’ 등을 들려준다.
카우프만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맡았던 모든 오페라 작품들이 제가 테너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기 때문에 하나의 대표작을 꼽기는 불가능하다”며 “첫 한국 공연에서는 제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릴 수 있는 작품들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헬무트 도이치(70·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가곡 반주자)와 한국 성악가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어요. 테너 이용훈이나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처럼 좋은 성악가는 어디서든 환영받는다고 말이죠. 한국의 대단한 성악가들을 생각하면 서울 공연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한국인들의 클래식 사랑과 열정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음악적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거든요.”
카우프만은 10여년의 무명 시절을 거친 대기만성형 스타다. 25살이던 1994년 독일 자르브뤼켄 주립 오페라 극장 전속 가수로 데뷔했지만, 자주 목이 쉬는 바람에 주역 가수로 각광 받기는커녕 공연을 망치지 않으면 다행이란 평을 받았었다. 미국 성악 전문가 마이클 로즈의 도움으로 맑고 청량한 음성의 리릭 테너에서 바리톤에 가까운 어두운 음성의 드라마 테너로 발성법을 바꾼 후 성악가로 전환기를 맞았다. 카우프만은 “어릴 때는 실수로 배우는 게 많았고,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무명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건 2006년 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데뷔작 ‘라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으면서부터”라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2010년 이 극장에서 바그너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중 발퀴레를 공연하고,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로엔그린’의 연출가 한스 노이엔펠스가 그를 주역으로 지목하며 세계적인 테너로 발돋움했다.
“한편에서 ‘매스컴이 키운 스타’라는 말도 자주 듣는데, 기분 좋은 칭찬이 되기도 하지만 그쪽(외모)으로 주목받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가수가 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제가 가장 잘 하는 일이고 가장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카우프만은 맑고 아름다운 소리와는 거리가 먼, 어딘가가 막힌 듯 답답한 목소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이끌어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리릭과 드라마틱 배역을 넘나들며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페라 주요 레퍼토리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카우프만의 특장점이다. 첫 내한공연에서는 이를 십분 발휘해 이탈리아 오페라(푸치니ㆍ폰키엘리ㆍ베르디), 프랑스 오페라(마스카니ㆍ비제ㆍ마스네)의 작품을 본공연에서 선보이고, 앙코르로 독일 작품을 부를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30년 넘게 주역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홍혜경도 특별 출연한다. 카우프만의 특별 요청으로 카탈라니 오페라 ‘왈리’ 중 아리아 ‘나 이제 멀리 가리’ 샤르팡티에 오페라 ‘루이즈’ 중 아리아 ‘전능하신 신이시여’ 등을 부른다.
“대대로 명가수들의 전성기는 지금 제 나이 즈음인 마흔과 쉰 사이였어요. 저 역시 그런 법칙을 받아들입니다.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1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 쉰 다섯의 제 목소리가 마흔 다섯보다 더 좋은지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도 궁금하거든요.” (02)552-2505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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