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에 세계 경제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을 발표했던 천재, 30여년간 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은 비운의 주인공, 마침내 병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한 자기 구원의 아이콘.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주인공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86)가 23일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외신은 24일 존 내시와 부인 얼리샤 내시(82)가 23일 오후 4시 30분쯤 미국 뉴저지주 턴파이크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가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 모두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시 내시 부부는 택시 밖으로 튕겨져 나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시는 1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을 수상하고 귀국해 뉴어크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턴대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성명을 통해 내시 부부가 프린스턴 대학 공동체의 특별한 일원이었다며 “고인의 비범한 업적은 게임이론에 영향을 받은 여러 세대의 수학자, 경제학자에 영감을 주었다”고 기렸다. 내시는 1948년부터 자신이 수학하고 오랫동안 선임 연구 수학자로 봉직한 프린스턴대학이 있는 프린스턴 타운십에 거주해왔다.
192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블루필드에서 태어난 내시는 아버지에 뜻에 따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공과대학(현 카네기 멜론대학)에 진학했으나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프린스턴 대학으로 진학해 평형이론을 전공했다. 1950년 그는 21세의 나이로 게임이론에 관한 “비협력 게임”이란 27페이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시 균형’으로 알려진 그의 이론은 경쟁자가 서로의 대응을 감안해 내린 자신의 선택을 고수할 때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제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과 생물학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랜드연구소와 MIT에서 강사생활을 하던 내시는 1959년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그의 조현병은 약 30여년간 이어지다 증상이 완화됐다. 마침내 그는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전기 소설과 배우 러셀 크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뷰티풀마인드’(2001)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도 내시는 협동 게임의 새로운 이론을 공식화하는 등 끊임없이 일을 하고 강연을 이어갔다. 부인 얼리샤는 1963년 그와 이혼했으나 1970년 자신의 집에서 조현병을 앓던 내시를 보살폈고, 2001년 두번째 결혼식을 올려 해로하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타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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