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후 제주를 찾은 중국 국적 크루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스카이씨 골든 에러'호가 제주항에 첫 입항,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루즈선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성장 정체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UN)은 3.1%로 전망했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최근 2.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이 침체된 경제를 견인할 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광훈 박사는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여기에 안주한다면 세계 평균 경제 성장률 수준의 성장밖에 기대할 수 없다. 세계 경제가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내수도 어렵다. 더 큰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관광산업이 대안이다"고 말했다.
●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생산유발ㆍ일자리 창출 효과 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외래관광객의 소비는 내수 시장의 확대로 연결된다. 자동차ㆍ정보통신(IT)과 맞먹는 수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내수 증대를 견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420만명의 외래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45조원, 취업유발효과는 59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통해 181억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번듯한 공장 하나 없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489억 달러)의 약 37%에 해당하는 외화를 벌어들인 셈이다. 특히 취업유발효과는 휴대폰수출(12만8,000명)의 4.6배, 자동차 수출(17만7,000명)의 3.3배나 된다.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은 88%로 한국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 71%, 휴대전화 52%, 반도체 43%보다 훨씬 높다.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서비스산업의 특성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10억원을 투자할 때마다 IT 산업의 5배에 해당하는 52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렇듯 관광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높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약 17조원 중 1조 4,157억원이 관광산업분야에서 만들어졌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6%다. 자동차 제조업보다 2배, 화학 제조산업보다 30%나 높다. 직ㆍ간접 고용규모는 약 2억7,100만명에 달한다. 전세계 근로자 11명 중 1명이 관광과 연계된 직업을 갖고 있다.
한국은 1990년 후반이 되어서야 관광을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관광선진국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다. 지난해 국가 전체 GDP 대비 관광산업 GDP 비중은 5.8%로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조업에 비해 시작하기도 수월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성진 박사는 "관광산업은 한 사회가 가진 매력을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서비스산업이라 여타 제조업에 비해 막대한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 중국 등 아시아신흥국 성장세에 미래도 밝아
여건도 좋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 가운데 절반 남짓한 수가 중국인이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관광객의 증가로 2020년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 수는 2,300만명에 이르고, 이를 통한 생산유발 효과는 자동차 660만대 수출과 맞먹는 약 117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54조 5,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약 15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 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또한 관광산업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향후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중심이 된 동북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로 여행하는 관광객이 2030년 까지 연평균 9.1% 성장해 2030년에는 5억3,500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현 22%에서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관광산업의 미래는 밝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산업은 인간의 욕구, 기본적인 선호와 관련한 분야이기 때문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실제로 UNWTO 등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관광산업 자체는 연평균 4~5% 성장했다.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국도 이제 제조업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 때를 대비해 숙박, 교통, 음식 등 전반적인 수용태세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 자전거투어는 국토교통부, 생태관광은 환경부, 요트ㆍ크루즈는 해양수산부 식으로 흩어져 있는 관광정책의 통합이 필요하다. 지자체 역시 단순 행정적인 일처리가 아닌 관광전문가 양성을 통한 실질적인 지역 경제 발전을 꾀해야 한다.
이 교수는 "중저가 호텔이나 비즈니스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고 양질의 투어프로그램과 음식점이 많이 생긴다면 관광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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