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시장에 31개 설치
아름다운 바다 경관 망쳐
군수 역점 사업으로 추진
‘한국의 나폴리’라는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항구인 전남 강진군 마량항이 컨테이너 박스에 둘러 쌓여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강진원 군수의 역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방파제에 점포용 컨테이너 수십 개를 설치해 수산물 시장을 개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진군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이 사전에 사고안전 등을 이유로 방파제에 수산물 시장 설립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비난을 자초했다.
25일 강진군에 따르면 토요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5억원을 들여 마량항 중방파제에 생선횟집 5개, 수산물 좌판 7개, 농특산물판매장 2개, 건어물 판매장 4개, 길거리 음식점 3개, 초장집 등 컨테이너 점포 31개를 설치해‘놀토 수산물 시장’을 지난 23일 개장했다.
이곳은 지난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고, 해양수산부가 지난 2006년 국비 120억원을 들여 전국 처음으로‘어촌어항복합공간’을 조성,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원형광장에는 문화공연장에다가 작가들의 조형물이 설치됐고, 확 트인 바다에 LED 조명 등을 이용한 빛의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아름다운 항으로 변모,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받았다.
더욱이 이곳은 아름다운 항구 경관과 함께 싱싱한 바다 횟감도 풍부해 ‘한국의 나폴리’라 칭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지금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수산물시장이 들어서면서 바다 경관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빨간 초고추장에 뒤범벅이 된 횟감들이 여기 저기 널려져 있고, 문화공연이 잘 들리지 않은 야시장으로 변하면서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을 찾은 김명식(67ㆍ목포시)씨는“아름다운 마량항을 흉물스런 컨테이너가 점령하면서 바다와 섬 풍경을 가로막아 버렸다”면서“한 달에 한두 번은 방문해 방파제 휴식공간에서 편히 쉬면서 주변 풍경을 만끽하고, 싱싱한 횟감을 먹고 가곤 했는데 난장판으로 변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경희(45ㆍ여ㆍ강진군)씨도“항 주변으로 횟집과 건어물 판매장이 줄지어 있는데 일주일에 하루 장사하자고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한 컨테이너가 미항의 경관을 가로막는 흉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목포해양수산청도 수산물시장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목포해수청은 강진군의 어항시설 점사용 허가 협의와 관련해 ‘방파제 많은 인원이 몰리면 안전사고 위험 등이 있어 수산물 시장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지만 어항 준공 후 시설 관리ㆍ운영권을 넘겨받은 강진군은 수산물시장을 조성했다. 군수의 역점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밀어붙인 것이다.
강진군은 지역에서 잡힌 최고 신선ㆍ최고 품질ㆍ최고 저렴한 수산물을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등 2년만 운영해보고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콘테이너는 강진청자축제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강진군 관계자는“국비 등 해상북카페 사업비가 70억원 확보돼 2년 후 마량 소재지 정비사업이 끝나면 훼손부분까지 원상회복하겠다”면서“수산물시장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명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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