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서 아프간정부·탈레반 회담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반군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하고 나섰다. 점차 아프간에서 발을 빼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오히려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 20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시에서 아프간 평화 특사단과 탈레반측 관계자가 비밀 회담을 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전했다. 비밀 회담에선 정식 평화 회담을 열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밀 회담에는 중국과 파키스탄 정보부(ISI) 대표들도 참석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반군 간 회담이 중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중국은 아프간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측간 평화 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중국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을 비롯한 다양한 정파와 화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협상 중재자로 나선 것은 이 지역과 중동의 평화 정착이 자국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하루 평균 74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 처음으로 미국(하루 720만배럴)마저 추월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처는 대부분이 중동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안정적 원유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은 중동에 대한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함께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미국은 지난해 말 종전을 공식 선언하고 2016년까지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철수가 중국에겐 기회이다.
중국은 아프간의 지하자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중하자 2017년까지 20억위안(약 3,600억원)의 무상원조를 약속하고 아프간 내 석유 및 구리 채굴권을 획득했다.
중국은 아프간과 76㎞의 국경을 마주 하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과격 세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 분리 독립 운동 세력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에겐 현실적인 위협이다. 이미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엔 위구르인들이 최소 300여명이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이뤄진 아프간과 탈레반의 비밀 회담이 정식 평화 회담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의 중재로 아프간의 오랜 혼란에 종지부가 찍힌다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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