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BBB+ 이하 비우량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30% 이상 투자하면
공모주 전체 물량의 10% 우선 배정
소액으로 투자 가능… 수익률도 양호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매력도
지나친 고수익 기대는 말아야
#. 직장인 서재민(가명)씨는 지난해 11월 2,000만원으로 삼성SDS 청약에 참여했다. 당시 공모가는 19만원. 2,000만원이면 공모가 기준으로 100주는 거뜬히 살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서씨가 배정받은 물량은 단 1주. 청약증거금으로만 15조6,000억원이 몰리며 경쟁률이 134대 1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1,282만5,000원을 납입해야 1주를 겨우 배정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 주부 유수민(54)씨는 작년 10월 삼성SDS 청약을 앞두고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했다. 공모주 투자가 처음이라 정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청약증거금으로 넣을 여유자금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씨가 가입한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 알파’펀드는 삼성SDS의 기관배정 물량 중 약 1.7%를 배정받아 현재 누적수익률 14.74%(20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유씨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익률도 10%대로 높아 만족스럽다”며 “올 하반기에 집중된 공모주 투자도 펀드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성화되고 저금리로 인해 공모주가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비우량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30%이상 투자하면 공모주 전체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 상품이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새로 설정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172개로, 총 설정액만 8,522억원에 달한다. 올해 안에 상장예정인 기업이 100여 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설정액 및 펀드 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로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공모주 10% 우선 배정 혜택’ 때문. 일반적으로 공모주는 기관투자자, 일반투자자, 우리사주 등으로 나눠 배정되는데 이 때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청약경쟁률이 치열해질 경우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기는 쉽지 않다. 실제 최근 공모청약을 마친 제노포커스의 청약경쟁률은 1,206.75대 1에 달했다. 반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청약경쟁률에 상관없이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하는 주식 중 공모주식수의 10% 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최진웅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모주 펀드를 이용하면 청약증거금 없이 소액으로도 공모주 투자가 가능하다”며 “번거로운 청약절차나 일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도 비교적 양호하다. 작년 10월 출시돼 삼성SDS와 제일모직 청약에 참가했던 ‘교보악사분리과세하이일드’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 알파’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2’등은 8개월 째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김상범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편입한 공모주의 주가가 좋으면 그것만큼 주가 상승여력이 커진다”며 “반대의 경우에도 펀드가 채권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대수익은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높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분리과세가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올해 말까지 1인당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는 이자와 배당소득세에 대해 종합소득세율 대신 원천세율 15.4%만 적용한다. 정연홍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는 고액자산가는 최대 41.8%까지 세금을 물 수 있기 때문에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잘 이용하면 엄청난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모주가 항상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고수익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피해야 한다. 최진웅 연구위원은 “공모주는 주가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이미 상장된 주식에 비해 위험이 큰 편”이라며 “투자 시 설정규모, 공모주 투자비율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연홍 연구원도 “올해는 IPO건수가 많은 만큼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수도 많아질 것”이라며 “펀드 수가 많아지면 배정받는 공모주 수가 적어져 과거와 같은 고수익 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