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삼성물산의 주택 신규 수주는 1조 4,000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연간 주택공급 목표 물량 역시 1만1,487가구. 경쟁사들이 2만~3만 가구를 목표치로 두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요즘처럼 국내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른 상황에서 국내 도급순위 1위 업체의 실적과 목표치고는 다소 의외다.
이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올해 내놓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내실성장을 확고히 해 나간다’는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결과다. ‘밀어내기 물량’ 등의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국내 시장에서 전투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내실 성장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무리하게 새로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그간 수주한 사업이 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해외 사업에는 사활을 걸었다. 올해 건설부문 수주 목표(15조7,000억원) 중 해외 비중이 10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65%에 이른다. 지난해 해외 수주 규모(8조원)보다 25%를 늘릴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전략을 펴는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공격적으로 나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최 사장은 “철저히 시장과 고객을 연구하고 폭넓은 파트너십을 유지해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먼저 찾아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수주도 중요하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삼성물산의 핵심 과제다. 삼성물산은 총 연장 340㎞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비롯해, 233㎞ 길이의 몽골 철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카타르 도하 지하철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중 가장 최근에 사업을 본격화한 곳은 공사비가 79억달러(8조6,300억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지하철 총 6개 노선을 건설하는 공사로 삼성물산(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은 이중 64.5㎞에 달하는 3개 노선과 24개 역사를 지을 계획이다. 박신경 리야드 지하철 현장소장(상무)은 “이 공사는 인프라부터 철도 시스템이 일괄 발주돼 고도의 사업수행 역량이 요구되는 복합 프로젝트”라며 “컨소시엄 구성사간의 전략적 협업과 삼성물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질 없이 공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만 총 10개 프로젝트, 25억 달러에 이르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말레이시아에서는 발전과 복합빌딩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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