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20㎞ 지역에 위치한 카르발라 모처에 현대건설과 함께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 4곳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런 모임은 보통 한정된 ‘먹잇감’(해외 사업)을 서로 뺏기 위한 자리였는데 이번엔 달랐다. 4개사가 합심해 60억4,000만 달러(6조4,4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함께하자는 계약 체결식이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경쟁사 간 상호 협력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따냄으로써 해외 공사 수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방법은 유연해졌다. 때에 따라 경쟁과 상생을 반복하며 궁극적으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게 현대건설의 최종 목표다. 최근의 이란 핵 협상 타결, 7년 앞으로 다가온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등 호재가 이어져 중동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무궁무진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실제 카타르만 해도 도로, 지하철, 공항 등 기반시설 공사와 함께 천연가스, 원유, 전력, 담수 등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는데 향후 10년간 발주 규모가 2,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시장을 잡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말만 앞선 목표치가 아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이미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4개국에서 원자력발전소, 원유ㆍ정유시설, 고속도로 등 총 103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중동에서의 공격적 행보 덕분에 현대건설은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0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해외 수주 금액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 2013년 말에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누적 해외수주가 1,0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해외를 공략하되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덕분에 타 건설사들이 1분기 실적에 울상을 지을 때도 현대건설은 선방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난 3조 9,432억원, 영업이익은 6.1% 줄어든 2,00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건설 측은 “해외 대형공사 매출 확대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앞으로도 신흥시장의 대형공사에 주력, 매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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