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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성평등의 진화

입력
2015.05.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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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은 보편적 가치가 됐다고 할 만큼 사회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 진학률에서 여성이 남성을 추월해 대학이 ‘여대화’될지 모른다는 엄살이 나오고, 직장이나 정치권에서도 남성을 압도하는 커리어우먼은 흔한 일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하이힐에 대롱대롱 매달린 남자의 모습을 실은 타임지의 표지사진을 놓고 역차별 논란이 나올 정도다. 문맹률이나 임금수준 등 많은 지표들이 여전히 여성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지만, 한편에선 남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위기 체감의식’도 갈수록 높아진다.

▦ 성평등 인식이 퍼지기 전까지 성의식의 토대는 생리적, 유전적 개념의 섹스(sex)였다. 이에 따른 수컷(male)과 암컷(female)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지위는 여성운동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문화적, 행동학적 관점에서 보는 젠더(gender)가 남녀를 가르는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남성(man), 여성(woman) 외에 무성(無性) 혼성(混性) 양성(兩性)이나 ‘제3의 성(third gender)’이 생기고, 성 정체성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다성애 등 다양해졌다.

▦ 섹스가 아닌 젠더가 보편화하면서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많이 무너졌다. 우선 무엇이 남자답고 여자다운 것인지부터 헷갈린다. 남자는 용감하고 능동적이어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얌전해야 한다? 남자아이는 파란색 옷을 입고,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입어야 한다? 나부터도 대학생 아들에게 “나 없을 때는 네가 가장이니 엄마하고 여동생 잘 돌봐야 한다”고 하지만, 돌아서면 맞는 말인지 자신할 수 없다. 남자가 남자답지 않을 수 있고, 여자가 여자답지 않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여전한 생소함 때문이다.

▦ 아일랜드가 23일 동성애를 합법화하도록 헌법을 고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세계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19개 국가가 입법이나 법원판결로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지만, 헌법으로 이를 보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아일랜드는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유럽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나라다. “국민평등에 대한 강력한 선언” “시민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성평등도 남녀평등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으로까지 확장해야 할 때가 왔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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