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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티렉스] '요섹남' 백 선생, 만인의 연인이 되다

입력
2015.05.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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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남자가 ‘대세’란다. 백종원(49) 얘기다.

처음엔 그냥 ‘소유진 남편’ 혹은 ‘음식 사업하는 아저씨’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얼굴도 뭐 그냥 평범하고(그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매력인지 잘 모르겠는, 딱 그런 ‘아저씨’였다.

그런데 요즘 이 아저씨가 방송가를 점령했다. 어떻게 한 평범한 아줌마가 백종원을 이상형이라고까지 말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알려드리겠다. 아, 물론 내 얘기다.

그런데 요즘 내 주변 아줌마들도 다 비슷한 말을 하며 공감한다. 그리고 이제는 20대 젊은 여성들까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여자친구 찾아 헤매면서도 “안 생겨요”라며 눈물 흘리는 남성분들, 한 번쯤은 그 과정을 귀 기울여 들어주시길 바란다.

tvN '집밥 백선생' 홍보 포스터
tvN '집밥 백선생' 홍보 포스터

● 잘난 척 할 줄 모르는 뇌섹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백종원에 대해 ‘다시 보인다’ ‘멋있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온 건 바로 지난해 ‘한식대첩2’ 심사위원으로 들어갔을 때부터다.

사실 이 프로그램 1편에서 심사위원의 중심인물은 심영순씨였다. 한복을 입고 흰머리를 곱게 빗어넘긴 비범한 포스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런데 2편부터는 아니다. 백종원만 보였다.

백종원은 식재료와 음식에 대해 정말 박학다식하다. 지난 21일 시작한 ‘한식대첩3’ 첫 회에서는 제주팀이 들고 나온 다금바리에 대한 기본상식, 정확한 원산지까지 다 맞혔다. 시즌2에서 백종원 심사위원은 식재료를 보는 순간 해당 재료의 제철이 언제인지, 어디서 나는지,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그게 왜 최상품인지를 줄줄이 설명한다.

이때 백종원을 보고 반한 아줌마들은 과거 EBS ‘세계견문록’에 나와서 아시아 음식 탐방을 하던 백종원의 방송분까지 다 찾아 봤다는데…(아, 물론 내 얘기다) 한식이면 한식, 중식이면 중식, 베트남 음식까지도 모르는 게 없더라. 여기서 아줌마들은 말 그대로 ‘뻑’이 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진지하게 파고들고 거기에서 전문가가 된 남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섹시 가이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그저 ‘음식 덕후’에 그치고 만 것도 아니다. 요식업체를 만든 것마다 다 성공시키며 살아있는 신화로 우뚝 서지 않았던가.

백종원의 결정적인 매력은 이런 박학다식함을 얄밉게 티 내지 않은 채 어수룩하고 구수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한식대첩’에서도 그는 심영순 심사위원을 ‘사부님’ 모시듯 깍듯하게 대접하면서 심사를 한다.

먹는 건 또 어쩜 그리 잘 먹는지. ‘한식대첩2’에서 전남팀 식재료 소개 때 최상품 흑산도 홍어가 나오자 “도저히 못 참겠다”며 한 입 가져다 먹는데, 홍어를 잘 못 먹는 나도 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 ‘요섹남’이 ‘뇌섹남’을 이긴다

결혼한 여자들은 알 것이다. 자기 손으로 자기 먹을 음식을 만들 줄 알고, 더 나아가 가족이 먹을 음식까지 해줄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위대하고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에선 그런 남자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요즘 ‘쿡방’이 대세라며 TV가 스타 셰프를 만들어내는 시대인데, 백종원은 이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필드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이면서도 늘 ‘싼 재료’와 ‘쉬운 레시피’를 강조한다.

이 매력이 제대로 터진 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팟으로 인터넷 방송을 먼저 하고, 주말에 공중파에서 편집분이 방영되는 독특한 형식이다. 방송가에서는 모두 ‘그런 형식으론 성공 못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는데, 이 프로그램이 잘 된 건 오로지 백종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 장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 장면.

여기에 나온 백종원의 매력은, 마치 무림고수가 허름한 옷을 입고 술 취한 듯 허허 웃으면서 손가락 하나로 상대 혈을 짚어 쓰러뜨리는 그런 ‘마력’이다.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티 내지 않는 무림고수의 기운. 바로 그런 기운이 가족을 위해 ‘뚝딱뚝딱’ 요리를 해내는 푸근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도 ‘백주부’가 해준 밥상 한 번 받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주말마다 밥상 받아먹고 누워서 TV 보는 우리 집 그분이 떠오른다. 아아, 소유진이 정말 부러워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tvN의 새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의 매력(특히 아줌마들에게 통하는 매력)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해 아쉽다. 백종원은 고수들과 함께 나와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식견을 보여주거나(한식대첩), 나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줘야(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 매력이 터진다. 나는 이 사람이 해주는 요리를 먹어보고 싶은 것이지 요리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거다.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은 ‘요리 불능자’인 네 명의 남자들에게 간단한 집밥 요리를 가르친다. 첫 회에 김치전을 할 줄 몰라서 헤매는 손호준, 박정철, 윤상, 김구라의 모습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기분 나쁜 데자뷔가 느껴졌다. ‘요리 불능자’는 우리 집에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이다.

<집밥 백선생>

tvN 매주 화요일 밤 9시40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누구나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생활 밀착 예능 프로그램

★시시콜콜 팩트박스

1. 5월19일 방송된 ‘집밥 백선생’ 첫 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2%였다.

2. ‘집밥 백선생’은 등장 인물보다도 세트가 더 돋보인다. 실제 가정집의 주방 같은 느낌인데, 특히나 재료가 있는 창고는 단독주택의 실제 창고 같은 느낌이다. 이 세트를 만드는 데만 1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3. 백종원은 매주 일요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다음팟 생방송-화요일 ‘집밥 백선생’-목요일 ‘한식대첩3’-토요일 ‘마이 리틀 텔레비전’ MBC 방송에 등장한다. 인터넷과 지상파, 케이블TV까지 일주일에 네 번 얼굴을 볼 수 있다. 대세는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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