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들 살리려 유아 카시트 생산 16년 외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들 살리려 유아 카시트 생산 16년 외길"

입력
2015.05.25 04:40
0 0

부친의 유아용품 업체 물려받아

"세계서 가장 안전한 카시트" 뚝심

국내 최초 안전연구소 설립까지

"덕분에 무사…" 편지에 감동ㆍ책임감

이덕삼 순성산업 대표는 "우리나라는 꼭 대형사고가 일어나야 경각심을 갖는데 그 전에 카시트 착용 여부 단속을 강화해 착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성산업 제공
이덕삼 순성산업 대표는 "우리나라는 꼭 대형사고가 일어나야 경각심을 갖는데 그 전에 카시트 착용 여부 단속을 강화해 착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성산업 제공

“우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제품을 만들어요. 그래서 잘 팔리지 않아도 그만둘 수 없네요.”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꼭 있어야 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 있다. 바로 유아용 카시트이다.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저출산 기조와 굳이 사고가 나지 않는 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들의 안전 불감증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16년째 유아용 카시트만 만드는 기업인이 있다. 순성산업의 이덕삼(59) 대표다. 그는 1999년부터 유아용 카시트만 생산 판매하는 외길을 걸었다. 국내에 유일한 업체여서가 아니다. 국내외 20여개 업체가 유아용 시트를 팔고 있다. 그러나 유아용 시트만 생산 판매하는 업체는 순성산업이 유일하다. 다른 업체들은 돈이 되는 다른 유아용품에 주력하고 유아용 시트는 구색맞추기로 팔 뿐이다.

이 대표의 부친이 1952년 설립한 순성산업은 원래 유아용 완구업체였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사업을 지켜 본 이 대표는 유아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어떤 것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그러던 중 국내의 어린이 교통사고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생명과 직결되는 유아용 카시트가 필수품이 될 것이란 확신에 사업을 전환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기로 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카시트’를 목표로 삼았다. 이 대표는 2013년 1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CRS) 설비가 구축된 안전연구소도 만들었다. 연구소에서는 다른 브랜드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갖가지 안전 비교 실험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수시로 수백, 수천 번에 시험을 할 수 있어 제품의 미흡한 부분을 바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덕삼 대표가 2013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 안전연구소 내부 모습. 순성산업 제공
이덕삼 대표가 2013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 안전연구소 내부 모습. 순성산업 제공

이 대표는 매일 몇 번씩 경기 남양주시 본사의 안전연구소를 찾아 직원들에게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는 자부심을 잊지 말라”고 독려한다. 그는 지난 22일에도 연구소에서 실시하는 충격 실험을 끝까지 지켜봤다. 실제 교통사고를 가정해 카시트가 설치된 좌석을 시속 50~60㎞ 속도로 강하게 충돌시키는 실험이다. 절로 눈을 감게 될 만큼 굉음이 울리는 강력한 충격이지만 카시트에 매어 놓은 아이 모형은 튕겨 나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이렇게 공들여 만드는 바람에 순성산업은 매년 16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데 지난해만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여기에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국내의 유아용 카시트 착용률도 한 몫 한다. 2006년부터 6세 미만 유아 카시트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실제 착용률은 30~40% 수준이다.

선진국의 착용률은 영국 독일 등 유럽이 95%, 미국 일본도 70~80%에 이른다. 카시트 장착 시 영유아 사망률이 50~70% 감소하는데도 국내 부모들의 안전불감증이 그만큼 심각하다. 이 대표는 “카시트에 앉은 아이가 조금만 보채면 우리 엄마들은 아이를 바로 안는데 이 때 사고가 나면 아이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고독한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은 매달 두어 통씩 날아오는 편지다. 주로 교통사고를 겪은 부모들이 보내는 손 편지로, “교통사고가 났는데 카시트 덕분에 아이가 무사했다”는 내용들이다.

2012년 첫 진출한 중국의 유아용품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올해는 매출액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눈 앞의 이익보다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무거운 사명감이 더 크다”며 “그래서 이 길을 벗어나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